디즈니+까지 온다…CJ ENM OTT '골든타임' 살릴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2.24 15:46
글자크기

CJ ENM, 신성장동력 티빙(TVING) 경쟁력 강화 본격화…디즈니+ 상륙, 정부 규제 내우외환 걱정거리

디즈니+까지 온다…CJ ENM OTT '골든타임' 살릴까


CJ ENM이 미디어 신성장동력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디즈니플러스(디즈니+)까지 한국 상륙 초읽기에 들어가며 성장 '골든타임'이 왔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ENM의 OTT서비스 티빙(TVING)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해 월평균 순이용자수(UV)가 241만명으로 넷플릭스(638만명)·웨이브(344만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89만8000명(59%)가 증가하며 시즌, U+모바일tv를 제쳤다.

코로나19(COVID-19) '집콕' 트렌드로 인한 업황 호조의 흐름을 타고 올해 OTT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지난해 CJ ENM으로부터 티빙 물적분할을 완료하고 '시지프스', '스카이캐슬' 등 드라마 강자 JTBC스튜디오가 합류하며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을 키웠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에 조만간 티빙이 추가되는 등 혈맹 관계를 맺은 네이버와의 합종연횡도 차츰 베일을 벗고 있다.



CJ ENM은 티빙에 향후 3년 간 4000억원을 쏟아 부어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달성한단 계획이다. 드라마·예능 중심의 대형 IP 및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밀레니얼+제트)세대를 겨냥한 숏폼·미드폼 콘텐츠도 준비한단 방침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이달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와 UX 고도화를 통해 유료고객 3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사에 밀렸던 기억, OTT 긴장감
/사진=디즈니플러스/사진=디즈니플러스
그러나 향후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에 이은 글로벌 OTT 디즈니+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디즈니+는 지난달 2일 기준 가입자 수가 직전 발표(12월10일·8680만명) 대비 800만명 가량 늘어난 9500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1억명을 가뿐히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서비스 오픈 이후 1년여 만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당초 2024년까지 9000만명 가입자를 목표로 잡았던 디즈니는 최근 성장 추세를 감안해 가입자 목표를 2억6000만명으로 상향조정했다. 마블·픽사·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인기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 서비스 오픈 시 토종 OTT 생태계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디즈니+까지 온다…CJ ENM OTT '골든타임' 살릴까
국내 OTT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지만 CJ ENM이 체감하는 정도는 남다르다. 이미 영화 시장에서 디즈니와 격돌한 경험이 있어서다. 코로나19 이전 역대 최대 관객 수(2억2668만명)로 영화시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9년 디즈니에 패한 기억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에서 CJ ENM은 22.7%로 디즈니(27.3%)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기생충'을 비롯, '극한직업'과 '엑시트' 등 걸작들을 내놨지만 '어벤저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 '알라딘'을 앞세운 디즈니에 무릎을 꿇었다. 디즈니가 가진 오리지널IP의 위력을 제대로 체감한 것이다. 해당 IP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디즈니+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가입자 이탈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CJ ENM이 영업익 손해를 감수하고도 대규모 투자로 한국형IP 카테고리를 구축하는 이유다.

우군인줄 알았던 정부가 발목 잡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시장환경이 다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리스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말 한국음악저작권협의회(음저협)와 OTT업계의 음악저작권 갈등에서 음저협 편을 들고 징수요율을 대폭 올리기로 하면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최소규제 원칙을 내세우며 최근 토종 OTT 지원사격을 약속했지만, 문체부 입장이 확고해 교착상태에 빠졌다.

티빙 입장에선 달가울리 없다. 넷플릭스가 영향력을 확장하고 디즈니+가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토종 OTT 제작환경 악화, 불가피한 요금인상 등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티빙 역시 웨이브, 왓챠 등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를 꾸려 행정소송에 나섰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 규제로 제작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