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중국 장쑤성 난징대학교에서 열린 '2019 난징포럼'에서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SK그룹 사진제공).2019.11.24/뉴스1
"CEO들은 기존 투입된 리소스(자원)를 3년 내 다 없앨 수도 있다는, 이 정도 생각을 해 줘야 한다. 전혀 새로운 게임을 생각해 달라."(2019년 11월 최태원 회장)
SK그룹 투자형 지주사 SK (155,500원 ▼1,300 -0.83%)(주)는 24일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지분 860만주(약 11%)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조116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매각 후 지분율은 64.02%. 기존 구주매출 2000억원을 더해 경영권 변동 없이 1조3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SK(주)는 SK그룹 입장에서는 신성장동력이 될만한 사업을 찾는 레이더 격이다. 중간사업지주사 격인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이나 SK E&S 등이 대규모 신사업에 투자한다면 SK(주)는 그보다 가벼운 첨단소재와 친환경사업, 디지털,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SK(주) 뿐 아니다. SK그룹은 2019년 SK이노베이션 페루 석유 광구를 10억5200만달러(당시 환율 1조2500억원)에 매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보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 선정까지 마쳤다. 시장 상황에 따라 3조원 이상으로 분류되는 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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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5,380원 ▼90 -1.65%)는 지난해 주유소 사업을 국내 경쟁상대인 현대오일뱅크 등에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오일뱅크가 단숨에 국내 주유소 운영규모 2위로 올라선 빅딜이었다. 또 제주 SK핀크스 골프클럽을 SK(주) 계열사인 회찬에 매각해 사업구조 재편도 병행했다.
매각 릴레이는 사업자산에 그치지 않는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 (50,100원 ▼600 -1.18%)이 보유한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그룹 심볼 격인 야구단 매각은 오너일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제안을 최태원 회장이 전격 받아들여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속내가 엿보인다.
"3년 내 다 없앨수도 있다"는 최태원, 변화 속도 빨라진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SK 와이번스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이 신세계 그룹에 구단 지분을 매각한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동 문학경기장에서 관계자들이 SK와이번스 간판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2021.2.23/뉴스1
최 회장의 '3년 선언'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존 사업도 매각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 [단독]최태원 "3년 내 다 없앨수도" 성역없는 혁신 선언)
최 회장이 위기감을 드러낸건 이미 오래전부터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쾌조의 실적을 내며 그룹 이익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던 2018~2019년 "반도체 착시를 경계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룹의 실질적인 사업구조를 볼 때 미래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이미지는 반도체와 통신사업, 배터리 등으로 요약되지만 여전히 근간은 SK이노베이션 계열 SK에너지나 SK종합화학 등 케미칼이다. SK텔레콤의 통신사업도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최 회장이 바이오 등 신사업에 일찌감치 매달린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SK E&S를 통해 수소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기존 정유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사업 등과 연계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회장 뛰는데, 계열사 별 답안지는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주문하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파이낸셜 스토리'(고객감동을 위한 성장스토리) 역시 표현이 다를 뿐 내용은 같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달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기존 사회적가치 철학과 더불어 변화의 움직임을 재계 전체에 퍼트릴 태세다.
그룹에도 수차례 변화를 독려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CEO 중 이완재 SKC 사장에 대해 "가장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공식 극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C (109,300원 ▼4,400 -3.87%)가 기존 필름과 화학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2차전지용 동박 등 소재회사로 빠르게 변신한데 대한 치하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회장의 주문에 계열사별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혁신적인 변화가 연이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