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식당들의 영업이 끝난 밤 10시25분, 서울 강남구 신사사거리에서 진행된 음주단속에 걸린 이모씨(남·33)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비접촉 음주 감지기에서 ‘삐’ 소리가 난 뒤 재측정을 위해 차량 밖으로 나온 남성은 현장 측정이 원칙이라는 경찰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대상이 된다"는 경찰의 말에 뒤를 돌아 측정기를 불었다. 측정기에 뜬 혈중알코올농도는 0.048%, 면허정지에 해당했다. 더욱이 이씨는 무면허 운전상태였다.
인근에서 술 한 잔 하다…면허정지에 취소까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2번 출구 앞에서 경찰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완화로 인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단속이 거의 끝나가던 10시50분쯤엔 고급 외제차를 몰던 30대 여성 송모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송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8%를 훌쩍 넘는 0.094%를 기록했다. 묵묵히 경찰의 조사에 협조한 여성은 대리를 부른 뒤 차키를 받고 귀가했다.
음주단속에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는 운전자도 있었다. 단속을 시작한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한 검은색 차량은 경찰차가 따라갈 틈도 없이 신사사거리를 질주했다. 경찰은 해당 차량 번호를 조회하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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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완화에…음주운전 및 관련 사고 늘어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강남경찰서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신사역사거리에서 비접촉식 감지기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 완화로 오후 10시로 늦춰진 음식점 등의 영업종료 시간이 집중단속 시간이다. 방역단계가 완화된 시기에 음주운전 사고가 늘어났던 것에 따른 조치다. 2021.2.23/뉴스1
경찰에 따르면 방역조치가 완화될 때마다 음주 운전이 늘었다. 방역단계가 완화된 지난해 4월20일 이후 2주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는 2주 전 보다 14.1% 늘었고, 9월 14일 이후엔 26.3%, 10월 12일 이후엔 14% 증가했다.
김정남 강남경찰서 교통과장은 "통계수치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건 및 신고 등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며 "주변에 논현동 먹자골목과 클럽 등이 포진해 있어 단속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경찰이 이날 31개 경찰서에서 밤 9시30분부터 11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음주단속을 벌인 결과 면허정지 14건, 취소 8건 등 총 22건이 적발됐다.
이날 단속에 참여한 한 경찰관계자는 “최근 클럽들이 오전 5시에 문을 여는 꼼수영업을 하고, 영업시간이 연장되면서 음주운전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각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