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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함께' 문일고에 '특수학급'…서울 사립고 8년만

뉴스1 제공 2021.02.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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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과 어울려 배워야"…학부모 2/3 반대에도 설치 결정 서울 사립고 200곳 중 11곳만 특수학급 설치…"인식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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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서울 금천구 문일고가 특수학급을 새로 설치해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서울 사립고에 특수학급이 신설된 것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위한 고등학교 특수학급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에서 흔치 않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인 문일고와 공립인 노원구 노원고·강남구 개포고 등 3개 학교에 특수학급이 신설돼 올해 1학기부터 통합교육이 시작된다고 24일 밝혔다.



서울 사립고 가운데 특수학급이 새로 만들어진 것은 중랑구 송곡여고, 동대문구 해성여고, 은평구 숭실고, 노원구 영신여고 등에 2013년 신설된 이후 처음이다.

2016년 계성고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바 있으나 이는 중구에서 성북구로 학교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과 특수학급 신설을 조건으로 협의한 결과였다.

송제인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학교설립1팀장은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어울려 생활하는 통합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간 사립고의 협조를 끌어내기 쉽지 않았는데 문일고에서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며 "특수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고에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 측은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인근 금천고·독산고의 특수학급 과밀 문제가 심각해 장애학생 통합교육을 위한 공간 신설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5개월 가까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건물 자체가 지어진 지 40년이 훌쩍 넘어 낙후한 상황에서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지도 고민이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가 컸던 것이 특수학급 신설을 망설이게 했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학부모가 특수학급 신설에 반대했다. 교직원의 경우 전체의 약 70%가 특수학급 설치에 찬성했지만 비장애학생의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넘어서는 것이 문제였다.

학교 측은 서울시교육청과 논의 끝에 학생·학부모·교직원 등에 대한 통합교육 인식 개선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바탕으로 비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 여건 개선에도 힘쓰기로 협의하고 특수학급 설치를 결정했다.

한현식 문일고 교감은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서로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됐고 반대 여론도 있어 고민했지만 교육적 관점에서 장애학생에게도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학기 초부터 지속해서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해 원활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급을 신설하는 학교에 대해 교육환경개선비 1억원과 장애물 없는 환경(배리어프리·barrier free) 조성 비용 5000만원을 지급하고 3년 동안 매년 2000만원씩 통합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수학급 설치에 들어가는 공사비용도 별도로 지원한다.

지원 금액은 장애학생뿐 아니라 비장애학생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비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문일고에는 올해 6명의 장애학생이 특수학급에 배치돼 수업을 받게 됐다. 이에 더해 그간 특수학급 정원인 7명을 초과하는 학생이 배치돼 교육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금천고와 독산고도 정원 내에서 특수학급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일고를 시작으로 사립고 특수학급 설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만 마포구 1곳과 강동구 1곳 등에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기준으로 서울 시내 320개 고등학교 가운데 국·공립의 경우 전체 120곳 가운데 84곳(70.0%)에 특수학급이 설치됐지만 사립은 전체 200곳 가운데 문일고까지 합쳐 11곳(5.5%)에만 특수학급이 설치된 실정이다.


오승근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통합교육팀장은 "사립학교도 공교육 안에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역할을 마땅히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문일고의 사례가 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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