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선점하라' 김승연 회장 한마디에 한화 1100억 베팅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2.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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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우주창업시대⑧]한화, 인공위성 전문업체 M&A...LIG 등 방산업계도 잰걸음

편집자주 “바다가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경이 21세기를 살았다면 하늘 저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주여행, 우주셔틀, 우주통신, 우주청소 등 허황하게 들리던 우주산업이 하나 둘 현실화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이런 획기적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같은 로켓벤처들이다. 본격 도래한 ‘우주창업시대’를 조망하고 우리의 당면과제와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우주 선점하라' 김승연 회장 한마디에 한화 1100억 베팅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세계 무대에서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 항공·우주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우주' 사업을 언급했다. 우주개발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김 회장의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인공위성 전문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쎄트렉아이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무려 1090억원이다. 우선 발행주식의 20% 수준을 신주(590억원)로 인수하고, 전환사채(500억원) 취득을 통해 최종적으로 30%까지 지분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 인수를 통해 소형위성 본체, 탑재체, 지상체, 위성영상 판매 및 분석 서비스 사업 등 위성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쎄트렉아이는 해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으로 해외 중·소형 위성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이 주요 고객이다. 올해부터 1기당 1억달러 규모인 초고해상도 지구관측 광학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올해 1기 이상, 내년 2기 이상의 수주가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에선 위성통신서비스 사업을, ㈜한화에선 고체 연료 발사체 사업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초소형 SAR 위성을 개발하는 등 쎄트렉아이와 사업영역이 겹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6월엔 영국의 위성 안테나 기술 벤처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다. 지난해 12월엔 저궤도 위성 안테나 시장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의 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ESA) 기술 선도기업인 카이메타(Kymeta)에 3000만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했다.


우주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기업은 한화뿐만이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계가 인공위성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민간 수요까지 겨냥할 수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술과 전문 인력만 확보하면 원재료비가 적어 수익을 창출하기 쉬운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미 미사일 협정이 개정되면서 고체연료를 이용한 민간기업의 위성발사가 가능해져 위성사업 진출에 제한이 사라졌다.

위성사업 관련 주력 분야는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KAI는 500㎏ 이상 중·대형 위성 시스템, 본체 개발·제작 등을 중점적으로 한다. 지난해 8월 중대형위성 6기를 동시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위성시험장도 완공했다. 올해는 직접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1·2호를 발사하고 2025년까지 누리호 등 차세대중형위성 3~5호도 개발해 발사할 예정이다. KAI는 소형·초소형 위성시스템 및 지상국 개발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탑재체 중심으로 위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LIG넥스원은 고성능영상레이다(SAR), 인공위성 지상통신 단말기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올해 총 사업비 5000억원 규모의 인공위성 지상통신 단말기 초도 양산 수주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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