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 하면서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장작업 후 쿠팡의 기업가치는 55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1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202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이 한 달 전 내놓은 300억달러(약 33조200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전망치다. 국내 시가총액 순위로 따지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삼성전자우에 이어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로 하이퍼커넥트는 지난해 국내에서 자금조달에 나섰다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내 자본시장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국내에선 쿠팡처럼 적자 상태인 기업이 성장성만으로 상장하기엔 여의치 않은 데다 상장하더라도 미국에서만큼 후한 평가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 차등의결권이 도입됐다고 해도 이런 기업들엔 주어질 리 만무하다.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정작 혁신성장의 과실을 챙기는 데는 무관심한 모습이다. 이런 식이라면 매년 수조 원을 쏟아붓는 벤처육성 정책은 ‘노이무공’(勞而無功)이 될 뿐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국내 혁신기업들이 우리 증시에 상장하고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고 다짐했어야 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유니콘기업은 쿠팡을 비롯해 엘앤피코스메틱,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 등 11개사다. 세계 6위 수준이다. 이들 유니콘기업이 유치한 투자자금은 10조원이 넘지만 90% 이상은 해외 연기금과 벤처캐피탈로부터 조달한 자금이다. 국내에서 투자받은 자금이 아예 없는 곳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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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기업뿐 아니라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예비 유니콘기업들도 성장단계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이 자본시장의 체질개선 없이는 유니콘기업들의 탈한국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모름지기 그릇이 커야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혁신성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산업을 위한 규제혁신과 함께 자본시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연기금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 민간 모험자본의 투자 족쇄를 풀어 대규모 투자와 회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벤처캐피탈의 경우 M&A(인수·합병)를 통한 자금회수 비중이 80~90%에 달하는 반면 국내는 10% 미만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혁신적 기술과 사업모델을 보유한 벤처·스타트업엔 상장의 길을 넓혀주고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창업가가 경영권 걱정 없이 혁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어렵게 일군 혁신성장이 오롯이 우리 경제에 녹아들 수 있도록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