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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와 공생하는 변호사들의 비밀[우보세]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1.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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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어느 업계나 비밀은 있다. 기름값이 비싼 국회 앞 주유소 단골들은 리터당 몇백원씩 리베이트로 돌려받는다. 교수들도 법인카드로 제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카드깡을 한다. 의료계 리베이트는 워낙 심하다보니 그 중 일부가 협찬비라는 명목으로 아예 공식화됐다. 시골장터서 고추가루를 파는 순박해보이는 할머니들은 종종 중국산 고추를 사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려 빻은 뒤 국산 태양초로 속여 판다.

변호사업계엔 대표적인 거짓말 두 가지가 있다. '전관예우는 없다'와 '브로커 근절'이다. 전관예우는 과거에 비해 약해졌지만 분명 존재한다. 불법브로커는 전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변호사들과 공생한다.

법률 소비자들은 대개 법률시장을 전혀 모른다. 내가 처한 분쟁에 어떤 변호사가 적당할지 수임료는 적정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300만원 정도면 해결할 간단한 사건인데도 무지한 탓에 수천만원대의 수임료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시장 환경이 '전관예우'와 '불법브로커'를 가능하게 한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와 법무사만이 법률사무에 대한 알선과 중개를 유료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서초동에는 특별한 사무실도 없는 불법브로커들이 상주하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턱없이 높았던 최유정·홍만표 변호사의 수임료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듯 소위 '외근 사무장'이라 불리는 법조브로커들 짓이었다. 수천억원 매출의 중견기업을 일군 사업가조차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는 게 법률시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식적으로 변호사를 중개해주겠다며 만든 '변호사중개센터'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변호사 직역단체가 스스로 '중개'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단 점을 재확인했다.

법률시장 규모는 3조원 정도라곤 하지만 실제론 측정이 어렵다. 다만 그중 10~30%정도는 불법브로커들이 챙긴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변호사업계의 의지도 문제다. 앞에선 '브로커 근절'을 외쳐놓고 뒤론 '브로커'를 고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년전엔 '불법브로커 근절'을 방송마다 출연해 강조하던 변협 공보이사가 파산·회생 불법브로커 사무장에게 명의대여를 해주다 걸려 벌금형에 처해졌다.

전관들도 브로커들이 물고 온 고액 수임료 사건을 맡는다. 신규 변호사들 상당수는 아예 브로커들이 차린 사무실에 고용 변호사로 일하는 수모를 겪는다. 변호사들은 주변 변호사들이 불법 사무장을 쓰고 명의대여를 하는 것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폐쇄적인 법조계 특성상 불법브로커와 공생하는 변호사들을 신고할 경우, 원수지간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브로커와 공생하는 변호사를 신고할 경우 변호사도 공범으로 처벌받는단 게 신고를 막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변호사업계가 아무리 반복해 '브로커 근절'을 외쳐도 그것은 '거짓말'이다. 관행이라면 불법도 눈감는 게 법조계다. 법조인들은 특유의 '조심성'이 몸에 밴 사람들인데도 특이하게 불법 브로커 관행에 대해선 '필요악' 정도로 당연한 듯 여긴다.

이제 법조계는 선택해야 한다. 수십년 유지된 '불법'과 공생을 계속할 지 아니면 투명한 법률시장을 새로 그려나갈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최근 다시 들려오는 업계 구호는 지겨운 레퍼토리다. '신규 변호사 감축'은 수십년 된 헛구호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300명으로 늘어난 전두환 정권시절부터 나온 이 구호는 제대로 성공한 적도 없고 '현직' 변호사들을 '위무'하는 수준의 '거짓 선동'이다. 신규 변호사 규모는 최근 40여년간 계속 증가해왔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신규 변호사를 감축하자는 구호는 '현직'들을 달콤하게 속이는 '선거용'일 뿐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우수한 엘리트 집단이 아직도 '선거용' 구호에 혹한다는 건 안타깝다. 시장을 폐쇄적으로 유지하고 불법 브로커와 공생하는 법률시장은 일부 '전관'이나 이름이 알려진 변호사들에게만 유리한 시장이다.

변호사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들의 '주적'이 누구인지 점검해볼 때다. 전관 비리와 불법 브로커를 '관행'이란 이름으로 슬쩍 남겨놓고 후배들의 진입만 막으면 자신들의 밥벌이는 유지될 거란 유치한 발상이 수십년 간 이어져왔다.


아직 관행에 무너지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라도 자신들의 직업적 이익을 침해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직시했으면 한다. 기득권 변호사들의 '선동' 뒤에 숨어있는 수십년 된 고질병은 당신들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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