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탓? 금값하락에 금펀드도 '부진'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1.02.2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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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탓? 금값하락에 금펀드도 '부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金)에 투자하는 펀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8% 내린 6만39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6일 6만379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772.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6월 19일 이후 최저다.

금값 하락은 금 펀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1개 금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3.7%다. 평균 3개월 수익률은 -7.2%로 하락세가 더 크다. 3개월 국내주식형 펀드(25.5%)나 해외주식형 펀드(18.5%)와 비교할때 수익률이 훨씬 낮다.



금 펀드 상품별로 보면 'IBK골드마이닝'(-12.4%), '블랙록월드골드'(-9.9%) 등은 3개월 수익률이 -10% 안팎이다.

투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동안 11개 금 펀드에서 11억원이, 1개월에는 58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금값 하락 이유는 여럿이다. 첫번째 이유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다. 지난해 8월 역사적 저점(0.51%)을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 장중 1.37%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아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 시장의 선호가 위험성을 지닌 자산으로 쏠려 주식값이 강세를 보인 것도 금값 약세로 이어졌다.

특히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 자산으로 부상한 것도 한몫한다. 금값 하락세는 최근 들어 금의 대체재로까지 거론되는 비트코인 급등세와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6일 처음 5만 달러를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4배 이상 올랐고 올해 들어 추가로 80%가량 올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 펀드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비트코인 관련 펀드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값의 미래다. 모건스탠리는 "올 연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밑돌 것"이라며 "올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긴 하나 금값 상승을 지지할 만큼은 아닐 것이다. 향후 2년간 물가가 오르더라도 2%를 약간 넘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금이 2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올해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 논리도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간 온도차는 존재할 수 있지만, 금 기대가치지수로 보면 지금의 금 가격은 과도하게 저평가 돼 있다"며 "올해 금 가격에 대한 기존 전망(온스당 평균 2300달러)을 유지하며 금과 관련된 펀드나 ETF에 대한 매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감안해 보면 금 가격은 반등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분산투자 차원에서 이번 조정 국면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짤때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10~20% 정도 금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금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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