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일병 A씨에게 군생활은 악몽이었다. 폭행은 물론 성적 괴롭힘까지 당했고, 아파하면 욕설과 함께 ”참으라“는 말을 들었다. 시작은 A씨는 2019년 12월 해병대 1사단에 자대배치를 받으면서부터였다.
버스 창문 열었다가 시작된 괴롭힘...선임이 성기 얼굴에 들이대기도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동료 병사들이 말려도 소용없었다. 노출을 통한 성적 괴롭힘은 생활반뿐만 아니라 건물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서도 했다. B병장은 자신의 전역이 가까워지자 친한 후임인 C상병에게 괴롭힘을 '인계'했다. A씨는 장난감처럼 소모됐다.
B병장 제대하며 괴롭힘 인계...침대에 묶여 성추행까지 당해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C상병은 세면장에서 A씨에게 소변을 누며 괴롭혔고 소등 후 취침시간엔 A씨 생활반으로 찾아가 매일 밤 30~40분동안 신체를 만지며 추행했다. 이 과정엔 A씨의 생활반장인 D병장, 그리고 E병장이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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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E병장은 A씨와 같은 생활반을 쓰면서 C상병이 없을 때 대신 추행을 이어갔다. 공공연하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가해 행위도 일삼았다. 이들은 A씨를 침대에 묶고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이같은 가혹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D병장이 소속부대 최선임 기수였기 때문이다. 선임을 신고하는 병사는 '해병의 적'이란 공고한 인식 아래 A씨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반년간 끔찍한 괴롭힘을 당했다.
군사법원, 해병 3명에게 징역형 선고...만기 전역자는 수사 중A씨는 지난해 7월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군인권센터는 같은 달 가해자 4명을 군형법상 강제추행, 특수강제추행 및 상습폭행 혐의로 군 검찰에 고소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지난해 8월 가해자 중 현역 3명(병장 2명·상병 1명)을 강제추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지난 18일 해병대 제1사단 보통군사법원은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C상병은 징역 3년, D병장과 E병장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전 열린 징계위원회에선 이들 계급을 병장에서 상병으로 강등했다. 만기 전역한 최초 가해자 B씨(당시 병장)는 청주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증인들의 진술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으나, 피고인들은 진술이 계속 변경되거나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며 "피고인들이 범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고 범행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범행 정도가 심각해 피해자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군사법원의 낮은 형량에 우려를 표하며 항소심이 진행돼야 한다"며 "검찰은 최초 가해자를 조속히 기소해 피해자가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