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왜 거기서 나와?' 경제단체가 젊어진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오문영 기자, 장덕진 기자 2021.02.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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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아재'에서 '형'으로 경제단체의 변신-①

편집자주 근엄한 '회장님'으로 대표되던 경제단체가 달라졌다. 변방으로 치부되던 IT 벤처, 게임, 금융계 등을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속속 자리를 틀고 있다. 산업, 리더십, 세대의 변화를 대변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재계의 고민도 담겨 있다. '아재'들의 모임에서 '형'들의 모임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경제단체들의 진화를 들여다본다.

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견마지로를 다 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시종 밝은 표정으로 일관한 최 회장은 상의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단체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경제계와 국민, 정치권까지 아우르는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임됐다. 내달 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임명된다.



최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는 것에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이 있었다"면서 "무거운 중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상의를 잘 이끌어나가 견마지로를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경제계 발전과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가 젊어진다
최 회장의 취임은 경제단체의 변신을 의미한다. 최 회장의 나이에 견줘 젊음을 말 하는게 아니다. 최 회장은 상의 수장 취임을 준비하면서 이미 조직의 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면면이 다양하다. 최 회장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7명을 새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의 시총을 더하면 65조원에 달한다. IT와 게임업종 대표기업이지만 경제단체활동을 하지 않던 둘이 최 회장의 초청에 흔쾌히 응했다.


엔씨소프트 소유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 선수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세리머니에서 대표작 리니지 아이템 '집행검'을 높이 들었다. 캐주얼한 기업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택진 대표를 부르는 '택진형' 호칭은 게임 유저들 뿐 아니라 전 사회에서 일반화됐다.

'범수형' 김범수 의장도 힙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최근 10조원에 달하는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지 10년을 맞아 한 결단이란다. '플렉스'(flex·성공이나 부를 과시함)라면 이정도는 돼야 플렉스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직을 마치고 컴백한 '미다스의 손'이다. 네오위즈를 20대에 창업했고 성공의 기운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배틀그라운드'로 이어졌다. 크래프톤으로 돌아와 상장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관통하는건 최태원 회장의 캐릭터다. 최 회장은 자타공인 사회적가치 전도사다. 대중에 나서는데도 꺼리낌이 없다. 유튜브로 쿡방(요리방송)을 선보이고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시트콤 연기도 불사한다. 사회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철학이 바탕이다.

'형들'이 변화 동력…경제단체 메시지 힘 실릴까
'형이 왜 거기서 나와?' 경제단체가 젊어진다
전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대중성과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놓은 변화의 흐름에 최 회장을 위시한 '형들'이 동력을 더한다.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경제단체의 새로운 이미지가 구축될 전망이다. 대중성이 높아지면 대국민 메시지에도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조직이 '영'해지면서 콘텐츠도 영해진다. 이날 부회장단에는 이형희 SK그룹 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은 SK그룹 SV(사회적가치) 위원장이다. 최 회장의 의중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통적 창구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역할변화도 주목된다. 문재인정부가 경제법안 일방 입법을 되풀이하면서 기존 기업과 정부 간 대화의 문법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바뀌는 산업 트렌드도 반영해야 한다. IT와 플랫폼 사업자들의 부상은 경제단체가 소화해야 할 큰 변화 중 하나다.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 트렌드가 글로벌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도 결국은 플랫폼으로 귀결된다. 각기 다른 기업 간 입장을 효율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는 경제의 미래, 일자리의 미래다. 경제단체들의 변화는 미래세대에 희망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많은 분들이 노력해줬을 때 경영환경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세대의 앞날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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