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역경제권의 교훈'…행정통합이 가야할 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2021.02.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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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지방이 뭉친다]<2-②>

'2008년 광역경제권의 교훈'…행정통합이 가야할 길


광역단체들이 통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구·경북, 광주·전남이 추진하는 모델은 행정통합이다. 광역단위의 행정구역을 통합해 규모를 키우자는 전략이다. 대구와 경북이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광주와 전남은 다소 이견을 보인다. 그러나 행정통합의 필요성은 이들 광역단체 모두 인정한다.



부산과 울산, 경남(부울경)은 특별광역연합 구성을 추진한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맞춰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특별광역연합을 구성하면 행정구역을 통합하지 않더라도 초광역 단위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에 대항하기 위한 지방의 생존전략이다.

◇모두가 주목했던 MB의 '5+2 광역경제권', 결과는?
국토의 균형발전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참여정부 시절이다.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12대 국정과제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이후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신설되고 균형발전의 근거법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됐다. 참여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균형발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광역 단위의 협력이 구상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광역 단위의 행정통합, 나아가 메가시티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 구상했던 모델이 큰 틀에서 지금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각론에서 차이를 보였던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핵심 국정과제로 광역경제권 구축을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채택한다. 핵심 의제가 '5+2 광역경제권'이다. 광역경제권은 2개 이상의 광역단체를 포괄한다. 균형발전의 취지도 있었지만 지자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한 측면이 있었다.

'5+2 광역경제권'은 인구 500만명 이상의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등 광역경제권과 인구 500만명의 미만의 강원권, 제주권 등 특별경제권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권역별로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만들었다. 특히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지정해 특화산업을 키우려고 시도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5+2 광역경제권은 국가가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시대가 끝났고, 지역이 하나의 나라처럼 경쟁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선도사업을 지정해 광역경제권의 특화산업까지 지정했지만 중앙정부가 주도한 사업에 지방은 호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8년 광역경제권의 교훈'…행정통합이 가야할 길
◇중앙정부 주도 균형발전의 한계
광역경제권과 선도사업은 모두 중앙정부가 결정했다. 지역의 요구를 반영했지만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했다. 시도지사들은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주도적으로 광역경제권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시도지사들의 협의회가 있는데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5+2 광역경제권'은 담대한 구상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이어갔지만 광역 단위의 균형발전론은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국가를 공언했지만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졌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지난해 7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역대 정부의 광역단위 협력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로 △중앙정부 주도로 세워진 비전과 목표에 대한 지역 내부의 합의 부재로 인한 추진력 상실 △부처별 칸막이식 추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의 광역 협력 거버넌스를 조율할 기구의 기능과 위상 취약 등을 꼽았다.

최근 대구·경북, 부울경에서 추진하는 광역단위 협력모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지역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통합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협력모델이 '하향식'(Top-Down)이었다면 이번에는 '상향식'(Bottom-Up)이다. 그만큼 시도지사들의 의지가 크다.

정치권 역시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국가균형발전으로 '3+2+3 광역권 전략'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동남권(부울경), 충청권은 메가시티로 조성하고, 대구·경북, 광주·전남은 행정통합형 메가시티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전북과 강원, 제주는 강소형 메가시티로 재편하는 모델이다.

강현수 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 중 중앙정부 차원에서 광역 협력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다음 정부에서 지속하지 못했던 원인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지역 주도의 행정통합 논의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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