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원들도 '가덕도 특별법'을 두려워 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1.02.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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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법안소위 속기록에 드러난 '가덕도특별법'의 문제점

동남권 신공항이 '가덕도'로 정해지는 분위기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되면서다. 이대로라면 국회 법사위원회를 거쳐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되돌릴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는데 총 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법안이 가결된 지금도 여전히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암반지대에서 40m가 넘는 해수면 위로 공항을 안전하게 건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공항을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칠 영향도 사전 분석이 되지 않았다. 왜 김해신공항의 대안이 '가덕도'여야 하는지도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지난 19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심의한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 소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당 지도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달리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의 이같은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일부 여당 의원은 "속이 타들어간다"며 '묻지마'식 심사에 참여하는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해신공항 폐기 결정 안됐는데...여당 의원도 인정한 '모순'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진선미 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2.22/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진선미 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2.22/뉴스1


소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쟁점이 된 것은 기존의 김해신공항 계획 폐지 여부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지만 법적으로 김해신공항 추진 존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탓이다.



이같은 고민은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의 발언에서 잘 나타났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은 "현재 김해신공항 추진사업이 기본계획 수립단계에 있는데 아직 그 사업이 살아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 의원은 "김해신공항이 아직 폐기된 게 아니고 살아 있는데 이 가덕도 특별법안에 대해서 지금 저희가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은 또 일견 모순이 된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칙 정도에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폐기한다든가 하는 기본방침을 먼저 전제하고 이 법을 다루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에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에 대해서 주무부처가 입장 정리를 하고 난 뒤에 가덕도공항법을 심사하는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절차"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계획을 (이 법의) 부칙으로 폐기 시키자고 결정하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당 송언석 의원도 "이 법이 아무리 올마이어티(전지전능한) 법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법에 따라 정부에서 행정처분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기본계획이나 공항 입지에 대한 부분을 이 법에서 부칙을 달아 무효화 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거들었다.

조 의원은 "대동소이한 법 2개를 국회 내 1당과 2당이 나란히 제출해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법"이라며 "상당 부분 공감하고 옳은 말씀이지만 우리가 할 일은 이 법이 뭐가 잘됐고 뭘 빼야할지 최대한 치열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갔다. 결국 여야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부칙에 명시하기로 정리했다.

"실시설계 전에 공사부터...하천정비도 그렇게는 안 한다"
국토위원들도 '가덕도 특별법'을 두려워 했다
김해신공항이 검증위 판단대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대안이 왜 가덕도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입지 자체를 특별법에서 정한 사례가 SOC 사업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손 차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국회 내 1당과 2당이 추진하기로 한 법안이기 때문에"(조응천 의원)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우선 정치권이 가덕도로 정했으니 그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전제하고 가자는 얘기다.

조 의원은 예타 면제에 대해 심의하는 도중 "사실은 제가 지금 말은 이리하고 있지만 속은 다 썩었다"며 지도부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법안을 심사하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어떻게 제가 할 말을 하시냐"며 조 의원과 같은 심경임을 드러냈다.

그러다보니 사전타당성검증(사타)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론에 따라 김해신공항 대안으로 가덕도를 정해놓고 논의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타와 예타는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덕도 인근 해상은 수심이 평균 17m(최대 수심 21m)이고 연약지반의 깊이가 약 45m다. 공항부지가 외해에 위치하기 때문에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공항 부지를 해수면보다 40m이상으로 해야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면 아래로 약 66m를 매립하고 해수면위로 40m이상을 추가로 쌓아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해수면 위로 매립해야하는 부분만 10층 건물 이상 높이다.

사업시행의 난이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안전성 등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인데 특별법 원안은 사타와 예타를 모두 면제하자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사타면제 조항에 대해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 공항을 어디다가 어떤 모습으로 어느 방향으로 길이는 어떻게, 그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며 "실시설계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부터 한다는 것은 우리 동네 하천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고 지적했다.

예타면제에 대해서도 조 의원은 "개별 구체적 사업에 대해 찍어서 예타를 면제한다고 할 경우 안 좋은 선례로 남는다"며 "이 법에 과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도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SOC 사업은 사업의 규모와 이것을 먼저 정해야 된다"며 "그러나 지금 가덕도 신공항은 그런게 없다. 아무리 법으로 사타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더라도 사타를 하지 않고는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논의 결과 최초 합의안에는 사타와 예타를 실시하되 '최대한 단축해 실시한다' 정도로 명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예타면제 조항이 수정됐다는 언론보도가 흘러나오자 당 지도부가 개입했다. 지도부는 국회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안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알렸다. 결국 사타는 진행하지만 예타는 '필요시 면제할 수 있다'는 문구로 다시 수정됐다.

사타 부적격 나와도 되돌릴 수 없어…심상정 "선거 위한 매표공항"
사타와 예타를 실시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입지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덕도가 신공항 부지로 적합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나올 경우에도 법을 다시 개정하지 않는 한 사업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게 나와도 마찬가지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주변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도 되돌릴 수 없다. 이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을 되돌릴 수 없도록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대해 '알박기법', '매표공항'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지난 2016년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가장 부적합한 입지로 평가를 받았는데 예타 문제를 포함해 각종 특혜를 몰아서 법으로 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절차적으로 옳은가"라며 "이번만큼 기가 막힌 법안 통과는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법으로 밀어붙이는 선거를 위한 매표공항"이라며 "이 법이 통과된다면 21대 국회의 가장 큰 오점을 남기는 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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