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미흡한 절차 규정 때문에 애플이 사건 심의 막판에서야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이후 최종 결정까지 20개월이 걸리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절차적 정당성’에 민감한 해외 기업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은 ‘기간 단축’이다. 동의의결은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 → 절차 개시 여부 결정 → 잠정 동의의결안 작성 → 의견 수렴 → 동의의결안 확정’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가운데 ‘동의의결 신청’과 ‘동의의결 개시 여부 결정 후 확정’ 단계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달 초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동의의결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플 사건에서 불거진 문제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2020.04.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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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을 추진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애플 사건이다. 공정위는 애플의 한국 이동통신사 대상 ‘광고비 떠넘기기’ 등 혐의를 조사해 최근 동의의결로 사건을 마무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우선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한 시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2018년 4월 애플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한 후 같은 해 12월 첫 심의를 열었다. 공정위는 이듬해 1월, 3월까지 총 세 차례 심의를 열었다.
애플은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었던 3월 심의가 끝난 후 3개월이 지난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애플이 심의가 불리하게 전개되자 뒤늦게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위법 혐의 기업이 애플 사례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한 2019년 6월 초부터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올해 1월 말까지 약 20개월이 걸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제의 장점으로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신중해야” 목소리도일각에서는 동의의결 절차 기간을 단축하면 피심인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애플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동의의결 신청 기한을 ‘심의가 시작되기 전’으로 규정할 경우, 기업은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아 위법 혐의를 확인한 후 짧으면 약 한 달만에 동의의결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동의의결 규정을 강화하면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의의결제 자체도 미국 요구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수법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일례로 공정위는 지난 2019년 퀄컴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공정위가 퀄컴에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