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걸린 애플 면죄부…공정위, 앞으론 속전속결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2.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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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자진시정을 전제로 위법 혐의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동의의결제’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한다.

미흡한 절차 규정 때문에 애플이 사건 심의 막판에서야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이후 최종 결정까지 20개월이 걸리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절차적 정당성’에 민감한 해외 기업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간 단축’에 방점
22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및 관련 규칙 개정 등을 통한 동의의결제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기간 단축’이다. 동의의결은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 → 절차 개시 여부 결정 → 잠정 동의의결안 작성 → 의견 수렴 → 동의의결안 확정’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가운데 ‘동의의결 신청’과 ‘동의의결 개시 여부 결정 후 확정’ 단계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현재도 공정거래법과 관련 규칙에 절차별 기간 제한이 규정돼 있지만, 필요시 연장이 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달 초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동의의결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플 사건에서 불거진 문제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2020.04.18.    misocamera@newsis.com[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2020.04.18. [email protected]

이번 개편을 추진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애플 사건이다. 공정위는 애플의 한국 이동통신사 대상 ‘광고비 떠넘기기’ 등 혐의를 조사해 최근 동의의결로 사건을 마무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우선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한 시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2018년 4월 애플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한 후 같은 해 12월 첫 심의를 열었다. 공정위는 이듬해 1월, 3월까지 총 세 차례 심의를 열었다.

애플은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었던 3월 심의가 끝난 후 3개월이 지난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애플이 심의가 불리하게 전개되자 뒤늦게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위법 혐의 기업이 애플 사례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한 2019년 6월 초부터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올해 1월 말까지 약 20개월이 걸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제의 장점으로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신중해야”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동의의결 절차 기간을 단축하면 피심인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애플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동의의결 신청 기한을 ‘심의가 시작되기 전’으로 규정할 경우, 기업은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아 위법 혐의를 확인한 후 짧으면 약 한 달만에 동의의결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동의의결 규정을 강화하면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의의결제 자체도 미국 요구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수법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일례로 공정위는 지난 2019년 퀄컴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공정위가 퀄컴에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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