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은 여교사…'남교사 할당제' 필요할까요?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1.02.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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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학교급별 여교원 비율연도별 학교급별 여교원 비율


"여성이 부족하면 여성 할당제하는데, 교사는 남성 할당제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초·중·고등학교에서 여교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남교사 할당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남교사 할당제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교원단체 및 전문가들도 인위적인 비율 조정보다도 남성들이 교직을 선택할 수 있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초등학교 교사 중 여교사 비율은 77.1%다.

초등학교 여교사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980년대에는 남교사의 비율이 여교사보다 높았으나, 점차 여교사 비중이 늘어나면서 여교사 비율은 1990년에 50%를 넘어섰다. 이후 여교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70%를 훌쩍 넘어섰다.



중, 고등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학교 여교사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5%를 기록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다른 학교급에 비해 여교사 비율이 낮긴 하지만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교사 할당제 도입은 이미 오래된 논쟁이다. 앞서 2007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부에 도입을 건의했지만 이중혜택이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이 2008년 교육부에 건의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산됐다.

여성 교사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남교사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초등교사 김모씨(26)는 "솔직히 남자 교사가 굳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학부모에게 남교사가 적어서 민원이 들어오거나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근무한 초등학교는 남교사가 10% 내외 수준이었다.


남교사 부족으로 고른 성역할을 경험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씨는 "학교 내에서 남교사가 하는 걸 못 보는 것은 맞다"면서도 "여교사만 있다고 여성의 역할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성역할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남교사의 훈육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반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이 있었는데 여교사의 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결국 남교사에게 부탁들 해서 행동 교정이 이뤄진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뉴스1지난달 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뉴스1
교원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인위적으로 비율을 높이기 보다는 교원 처우 개선, 성별 고정 관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 전체에 대한 처우 개선을 통해 남성들의 교직 유인을 유도할 수 있게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순히 남성 비율을 할당제로 높여야 된다는 게 아니라 여성 초등교사 비율이 왜 높은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여성에 있어서 임금 노동과 가사 노동을 병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최적화된 직업이 교사"며 "초등교사는 학습의 역할뿐 아니라 일종의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최적화된 것은 남성보다는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여성의 비중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전형적인 남초 집단이기 때문에 여성 비율을 높인다고 하는 것"이라며 "이미 남성이 (교대 성별 쿼터제 등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고 봤을 때, (남교사 할당제 논쟁은) 남성 비율이 항상 사회적 직책 안에서 높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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