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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냐, 탄압이냐…청와대·국회로 간 '확률형 아이템'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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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게임업계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정치권의 규제 입법에 이어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업계를 중심으로는 규제 실효성과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21일 관련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오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개정안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은 물론 결합형(무료 아이템과 유료 아이템을 조합해 만드는 것)까지 습득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15일 "산업 진흥이 아닌 규제로 쏠렸다"며 법 개정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 의원은 "이미 자율규제로 공개하고 있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특히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과 환급율을 공개하는 판에 협회와 업계가 끝끝내 거부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법제화를 막는다면 우리 게임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률형 아이템, 바다이야기와 뭐가 다르냐"…넥슨 조작 논란 사과도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규제 움직임에 편승해 아이템 확률 공개를 강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6일 올라온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청원글은 1만1000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인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들이 2004년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바다이야기’와 도대체 무엇이 다르겠냐"며 "식품을 살 때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알 수 있듯, 게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살 때에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미리 안내해야만 한다"고 썼다.

현재 이용자들이 불만을 갖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유료 아이템을 무료 아이템과 결합할 때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결합형' 이른바 '2중 확률' 아이템 논란이다. 게임 내 최고급 아이템으로 통하는 결합형의 확률이 공개되지 않으면 유료 아이템 확률 공개도 결국 반쪽짜리라는 지적이다.

유저들은 일부 게임사들이 공개한 확률도 지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19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책임자가 사과하기도 했다. 넥슨은 게임 내 각종 아이템 관련 확률표를 공개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입법 규제 실효성 의문도, 전문가 "게임업계 스스로 해결해야"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2020 지스타'/ 사진=뉴스1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2020 지스타'/ 사진=뉴스1
게임업계에선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를 얻어가는 과도기라고 주장한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유료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고 있고, '천장'(특정 아이템 획득 상한선)을 도입하는 등 무리한 과금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협회는 "아이템 확률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한 대표적인 '영업비밀'"이라며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건 영업비밀이라는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효성 논란도 없지 않다. 2008년부터 자율규제 도입으로 아이템별 습득 확률을 공개했지만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뽑기' 행태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해 한 게임 전문 유튜버가 구독자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30%를 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전면 실시한 중국의 사례가 입법 근거가 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과 미국 등에선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취급하지 않고 자율규제를 시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규제와의 비교는 산업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태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를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규제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몇년 지나지 않은 자율규제에 조금 더 맡기는 편이 맞는다고 본다"며 "게임업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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