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보사 안전성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1.02.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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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서울행정법원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유지' 판결

/사진=뉴스1/사진=뉴스1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 제조·판매를 금지한 행정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19일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다른 사실을 기재한 점이 밝혀졌다면 품목허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체에 투여되는 세포가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식약처는 품목허가를 직권취소할 수 있다"며 "식약처의 품목 허가취소 과정에서도 절차상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보사 성분 의혹의 골자는 어째서 당초 식약처에 등록됐던 형질전환연골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GP2-293)가 주성분이 됐느냐는 것이다.

태아신장유래세포를 통해 성장촉진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한 뒤, 이 바이러스를 연골세포에 감염시켜 형질전환연골세포를 생산하는 것이 인보사 기술의 핵심이다. 설계대로라면 이렇게 생산된 형질전환연골세포가 주변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해 관절염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설계와 달리 인보사 주성분은 태아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됐다. 이 세포는 증식력이 매우 높고 발암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2017년 인보사에 품목 허가를 내줬다가 2년 뒤 성분 문제를 알아채고 뒤늦게 허가를 거둬들였다. 이에 코오롱에서 불복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코오롱 측에서 인보사 주성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식약처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주성분이 태아신장유래세포임을 의심해 볼 만한 실험결과가 여럿 보고됐음에도 인보사 허가에 불리한 자료들이 식약처 보고서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보사 부작용으로 암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시험결과도 누락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오롱 측은 왜 주성분이 태아신장유래세포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코오롱은 여러 사실을 식약처에 정직하고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인보사 개발 및 허가 과정에서 독자적 판단 하에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식약처와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써 코오롱과 식약처는 인보사의 정체성과 안전성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주성분으로 확인된 태아신장유래세포에 발암 위험이 있는지도 이번 사건의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태아신장유래세포에 종양 발생 위험이 있는 것은 맞지만, 코오롱에서 방사능 처리를 통해 종양 발생 위험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코오롱의 비협조 때문에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품목허가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같은날 진행된 1심 형사재판에서 코오롱연구소장은 인보사 부정허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보사 허가에 불리한 자료를 숨긴 것은 맞지만, 식약처가 심사를 허술하게 진행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들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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