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대 포르쉐 전기차가 판매 1위 테슬라 잡은 비결은…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1.02.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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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칸 4S/사진제공=포르쉐 코리아 타이칸 4S/사진제공=포르쉐 코리아


연초부터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뒤흔든 애플카(자율주행 전기차) 협력설 덕에 시장의 관심이 전기차에 쏠렸지만 정작 지난달 국내 판매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통상 1월에 지급되지 않는 전기차 구매보조금(국비+지방비)의 벽을 넘지 못해서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포르쉐의 '타이칸 4S'다. 총 105대가 팔려 18대 판매에 그친 테슬라를 제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테슬라는 국내에서 모델3를 앞세워 1만182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말 국내에 공식 출시된 타이칸 4S는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로 판매 가격이 1억4560만원에 달한다. 최대 530마력의 퍼포먼스 배터리가 기본으로 탑재되며 최대 571마력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단 4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다.



포르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판매되기 시작해서 기존 대기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어차피 구매보조금 신청도 하지 않고 있어 영향을 덜 받았다"고 설명했다.

모델Y/사진제공=테슬라 코리아모델Y/사진제공=테슬라 코리아
하지만 타이칸 4S 이외에 다른 전기차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4MATIC(12대)과 BMW i3(3대)를 빼곤 쉐보레 볼트와 아우디 이트론(e-tron) 55 콰트로, 재규어 아이페이스(I-PACE), 닛산 리프 등 대표 전기차 모델 모두 한대로 팔지 못했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 아이오닉 일렉트릭, 포터EV, 봉고EV 등을 내세워 2만7548대를 판매한 현대차·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차 (237,000원 ▼7,000 -2.87%)의 코나 일렉트릭은 단 8대가 팔렸고, 기아의 니로 EV도 90대 판매에 그쳤다.


이같은 상황은 이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지난달 21일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하긴 했지만 실제 적용은 3월부터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방안이 나오긴 했지만 지자체별로 세부안 공고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2월까진 저조한 판매실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전기차 가격인하를 유도하면서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 육성을 위해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 지원기준을 차등화하고 9000만원을 초과하는 차량엔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대당 1억원 안팎인 포르쉐 타이칸 4S를 비롯해 아우디 이트론 55 콰트로, 벤츠 EQC, 테슬라 모델S, 재규어 아이페이스 등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올해 첫 출시한 중형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Y(Model Y)의 가격을 5999만원(스탠다드 레인지 트림)부터 책정했다. 볼륨모델(인기차종)인 모델3도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트림은 5479만원부터, 롱 레인지는 5999만원부터로 가격을 낮췄다. 업계에선 보조금을 받기 위해 각 브랜들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오는 23일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도 당초 예상보다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편된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초고가 수입 전기차 판매엔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이오닉 5/사진제공=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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