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승리호…보름만에 순위권서 추락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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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IT!] 넷플릭스, TOP10 리스트로 오리지널 콘텐츠 밀어주기 효과…"메인 예고편 신작이 랭킹에 유리"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티저 포스터 /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티저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전세계 28개국 1위"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SF영화 '승리호'는 6일간 전세계 넷플릭스 영화 중 시청 1위를 차지했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른 수치다.

하지만 18일 현재 순위는 18위. 공개된 지 2주만에 순위가 급락하고 있다. 나라별로 봐도 승리호가 여전히 10위권 안에 든 곳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7개국 정도다. 반짝 흥행에 머문 것이다.



넷플릭스 '28개국 1위'였는데...결국 반짝 흥행
아시아 지역 몇 개국에서만 승리호가 순위권 안에 남아 있다. /사진=플릭스패트롤아시아 지역 몇 개국에서만 승리호가 순위권 안에 남아 있다. /사진=플릭스패트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승리호'는 2092년 병든 지구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송중기·김태리·유해진·진선규 등 화려한 캐스팅과 약 240억원 가량의 제작비 투입으로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는 '승리호' 판권으로 31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승리호'의 초기 흥행에 대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밀어주기'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본다. 완성도나 작품성을 감안하면 순위하락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 실제 승리호는 대중과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를 합친 IMDb(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 순위)는 6.6점(10점 만점)에 머물렀다.

넷플릭스는 홈화면 메인 예고화면에서 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광고하는데 예고화면 뒤에는 해당 콘텐츠가 자동 재생된다. 따라서 이용자가 호기심에 잠깐만 구경해도 해당 콘텐츠가 톱10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계 순위를 비교하는 플릭스패트롤의 경우 이같은 톱10 순위에 따라 점수를 계산한다. 구체적인 재생 수나 재생시간은 반영하지 않는다.

이러한 매커니즘 때문에 메인 예고편에서 다른 콘텐츠가 올라가면 순위가 급격히 떨어진다. 승리호 외에도 최근 톰 행크스 주연의 '뉴스오브더월드'(2일), 액션 영화 '빌로우 제로'(6일), 인도 소설 원작 '화이트 타이거'(4일) 등 영화가 각각 며칠씩 '반짝' 1위를 기록한 뒤, 빠르게 순위에서 내려왔다. 이들은 전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TOP10 리스트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홍보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시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광고에 더 힘쓰게 됐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TOP10 순위가 마케팅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로 영화의 작품성과 넷플릭스의 TOP10 순위의 괴리감이 높다는 지적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는 "평론가들은 우리가 하는 상업영화와 꽤 단절돼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28개국 1위' 승리호 성과 과소평가 못해"
사진 제공=넷플릭스 /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 제공=넷플릭스 /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다고 해서 승리호의 초반 흥행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넷플릭스는 하루에만 6-7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새로 내놓는데, 이들이 모두 상위권에 올라가진 않아서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넷플릭스가 최초로 수급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밀어주는 건 당연하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승리호가 전세계 1위 한 게 이상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고 있단 분석도 있다. 노 실장은 "이제껏 미국 위주로 미디어 시장이 구성돼 왔지만 그 틈새를 상당부분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넷플릭스에게도 미국보다 제작비를 덜 들이면서도 충분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HBO, 디즈니플러스가 OTT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협력할 곳도 사라지고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아시아 국가 중에선 최초로 한국에 콘텐츠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K콘텐츠 발굴, 투자,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새로운 콘텐츠 스튜디오는 한국 창작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공간이 될 예정"이라며 "K-콘텐츠 투자의 연장선임과 동시에, 한국 창작 생태계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지속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잘나가던 승리호…보름만에 순위권서 추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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