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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3년 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한 이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1.02.20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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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했던 JTBC 가상화폐 토론회/사진=JTBC 유튜브 캡처2018년 1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했던 JTBC 가상화폐 토론회/사진=JTBC 유튜브 캡처




최근 비트코인 가치가 5만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3년 전 이른바 '비트코인 광풍' 때 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유 이사장은 2만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을 '사기'와 '도박'으로 규정했던 바 있다.

3년 전 가상화폐 광풍부터 '박상기의 난'까지
2018년 1월16일 '가상화폐 규제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 조건(20만명 동의)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검토하던 정부를 겨냥해 "당신들은 국민을 보호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정부가 우리의 꿈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얼마 후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현 경제부총리)은 청원에 대해 "가상통화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투명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일련의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슈가 될 정도로 2018년 초 가상화폐 열풍은 거셌다. 2017년 11월쯤 1만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1월 2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고, 곧바로 1만 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젊은 층 중심의 '묻지마 투자' 우려에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박상기의 난'이라고 불렀다.

유시민 "비트코인은 사기" 일갈
당시 유시민 이사장은 각종 방송에 출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기'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80%를 오르내리던 시절에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던 그의 메시지는 큰 신뢰를 받았다. '가상화폐 광풍'을 잠재울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유 이사장은 2018년 1월18일 손석희 현 JTBC 대표이사 사장이 진행하던 토론회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으며, 사기다"라면서 "불확실한 미래의 꿈을 가지고 이 문제를 판단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유 이사장은 비트코인이 내건 3가지 목표가 모두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사기'의 근거로 들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즉각적인 P2P(개인 대 개인) 거래 △세계 어디서나 결제가능 △무료 또는 낮은 수수료를 목표로 하는데, △거대자본이 채굴 등을 주도해 탈중앙이 아니고 △결제 시간이 최대 3일 걸려 전세계에서 즉각적인 거래가 불가능하며 △거래 수수료가 이미 은행의 50배에 달했다는 게 유 이사장의 분석이었다.

유 이사장은 "이 시스템(블록체인)에 더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이렇게 만들었을 것 같다"면서도 "투기 광풍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문제(투기)를 그 개발자들의 의도에 맞게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TBS 캡처2018년 1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TBS 캡처
또 "버블이 꺼지는 순간 발생할 피해 규모를 생각할 때 지금 이대로 둬서는 절대 안 된다"며 "지금 투기 광풍을 일으키는 세력이 어마 무시하게 있다. 그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서는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유 이사장은 "타짜(채굴업자 등)들이 다 판을 조작하는데, 순진한 도박에 끌린 사람들이 판돈을 넣고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2100만개만 발행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에 대해서도 "그 전에 채굴 비용의 증가 등 때문에 데드크로스가 일어나면서 다운될 가능성이 99.999%"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트코인 5만 달러 시대에 유시민 재조명
'가상화폐 광풍' 3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개당 5만2000 달러를 넘어섰다. 전 세계 주요 자산 중 시가총액 8위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약 15억 달러를 투자했고, 비트코인으로 자사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2만 달러도 채 안 되던 시절에 '독설'을 했던 유 이사장의 발언이 재조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시민 말 안 듣고 비트코인을 샀으면 부자가 됐을 것"이라는 농담 섞인 반응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잖다. 유 이사장이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에 지나치게 집중해, 지금처럼 '금'과 같은 자산의 일종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놓쳤다는 분석이 주로 나온다.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이었다는 말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서포터'인 유 이사장 입장에서 2018년 당시의 '가상화폐 광풍'은 정권에 위협적인 요소로 다가왔을 수 있다. 실제 유 이사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당시 사회 분위기를 비트코인이 야기한 "해악"으로 규정하고 "치명적인 소용돌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청와대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유 이사장이 발 벗고 나서서 정권에 부담이 되던 '가상화폐 광풍'을 잠재우는데 일조했다고 본다"며 "당시에 고마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부에 부담을 덜어주려고 일부러 '센' 발언을 했던 것 아닌가"라며 "총대를 메고 광풍 분위기를 다운시키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JTBC 캡처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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