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에 알몸노출까지…'호텔 신세계' 쉽지 않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2.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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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사업 확장 나선 조선호텔앤리조트 코로나19 여파에 '실적쇼크'…그랜드 조선 이미지 타격도 악재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독자 브랜드를 앞세워 신규 출점(예정)한 호텔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그랜드 조선 부산' '그랜드 조선 제주'.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조선호텔앤리조트가 독자 브랜드를 앞세워 신규 출점(예정)한 호텔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그랜드 조선 부산' '그랜드 조선 제주'.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 신세계'를 선언한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가 예기치 못한 악재에 부딪히며 부침을 겪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사명을 바꾸고 공격적으로 호텔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코로나19(COVID-19)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토종 호텔체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도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폭우로 부산 호텔이 개장을 늦추며 불안하게 시작하더니 새해를 맞아 출점한 제주 호텔은 고객 알몸 노출 논란에 휩싸이며 체면을 구겼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자회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1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06억원으로 적자폭이 582억원 확대됐다.



호텔 신세계 청사진, 코로나19에 '흔들'
C-쇼크에 알몸노출까지…'호텔 신세계' 쉽지 않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호텔업체들이 모두 한 해 농사를 망쳤지만, 조선호텔에 특히 뼈 아프게 다가온다. 유통·호텔·레저를 아우르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 서비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호텔 신세계' 청사진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코로나 암초에 걸렸기 때문이다.

조선호텔은 2018년 부티크 브랜드 레스케이프 개관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5개 호텔을 추가로 선보인단 계획을 밝히면서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전통적인 유통 중심의 그룹 비즈니스모델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가 호텔·레저란 점에서다.

호텔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조선(JOSUN)호텔'을 강조한 사명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기존 메리어트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되 독자적인 정체성으로 신라·롯데와 토종호텔체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중·장기적으론 글로벌 진출까지 노린다는 포석이다.


3700억원 긴급수혈, 신규투자 더 없다
C-쇼크에 알몸노출까지…'호텔 신세계' 쉽지 않네
그러나 실적이 개선은 커녕 오히려 악화화며 결국 지난해 이마트로부터 상·하반기에 걸쳐 3700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는 처지가 됐다.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자 가뜩이나 오프라인 유통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모회사가 지갑을 열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결국 조선호텔의 호텔 영토 확장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2021~2022년 조선호텔에 200억원의 시설보완 금액만 투자할 뿐 신설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쓱닷컴·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푸드 등 주요 사업체들이 모두 대규모 신설투자 계획이 잡혀있는 것과 대비된다.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신규 투자 여력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조선호텔은 기존·신규 호텔들의 운영 정상화와 실적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그랜드 조선 부산과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영업을 시작했고, 지난달 그랜드 조선 제주를 오픈했다. 올해 상반기 내 서울 강남구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을 오픈할 예정이다.

내우외환 시달리는 그랜드 조선 어쩌나
/사진=그랜드 조선 제주 홈페이지/사진=그랜드 조선 제주 홈페이지
그러나 호텔 운영 정상화도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문제도 있지만, 야심차게 선보인 그랜드 조선 브랜드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어서다. 그랜드 조선 부산의 경우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지하주차장 등 주요시설이 침수피해를 입으며 8월 말 개장을 10월로 미뤘다. 경쟁자인 시그니엘 부산이 6월 별 다른 문제 없이 오픈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그랜드 조선 제주다. 최근 호텔 사우나 시설의 외부노출을 제대로 막지 않은 채 영업, 신혼부부 투숙객 알몸이 그대로 노출되며 홍역을 치렀다. 서비스·시설 문제에 따른 이미지 저하는 특급호텔 실적과도 연결되는 리스크란 점에서 타격이 클 수 있단 우려다. 남다른 SNS '인싸(무리에서 잘 노는 사람)력'으로 유통은 물론 호텔 이미지 향상을 이끌었던 정 부회장의 지원사격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내국인 업황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랜드 조선의 최근 이슈는 호캉스 공략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다른 호텔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는 만큼 얼마나 빨리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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