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하반기 보복보상' 물건너 가나…배당축소 연장 가능성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2.2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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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배당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4대 금융지주 배당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금융주가 하반기 '고배당주'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짠물 배당'으로 주주들에 실망감을 안긴 주요 금융지주가 하반기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지만 안갯속이다. 오는 6월까지 한시 적용된 '은행권 배당 축소' 권고안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은행권 배당 축소 권고의 '조건부 정상화'를 언급했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지주와 은행들에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하라고 권고했다.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라는 취지로 권고안을 마련했고 기한은 6월까지로 정했다. 6월 이후의 상황과 관련, 은 위원장은 "은행들의 자본적정성을 보고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더 나빠지면 살펴보고 다른 결정을 하겠지만 회복되면 정상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은행권은 이러한 은 위원장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당 축소 권고안이 6월에 끝나지 않고 연장될 가능성도 제기돼서다. KB금융·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당국 권고에 따라 배당성향을 20%로 정했다. 뿔난 주주들에 양해를 구하면서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중간배당 등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국의 권고안이 하반기에도 연장 적용될 경우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은 위원장이 조건으로 삼은 자본적정성, 혹은 자본건전성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실제 지난해 금융당국이 코로나19(COVID-19)발 장기 경기침체를 가정하고 벌인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에서 신한금융만 유일하게 규제 비율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여건이 나아질 만한 요소는 없다.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한 데다 지난해 불거진 코로나 여파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실탄 확보에 주력한다. KB금융은 최근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홀로 통과한 신한금융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당국의 권고안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거스르기엔 부담스러워서다. 권고지만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게 은행권 분위기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실적 발표 당시 배당성향을 정하지 못하고 다음달 주주총회로 결정을 미뤘다. 신한금융 CFO(최고재무관리자)를 맡은 노용훈 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많이 벗어날 경우 향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것이기에 도전적인 결정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융지주마다 주주 보상안 마련이 시급해졌지만 묘수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뿐만 아니라 해마다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이 비슷했는데 배당 자제 등 당국의 시그널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배당 자제를 강조한 만큼 '권고'의 의미를 넘어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주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국 권고에 따르는 분위기지만 주주환원정책 강화는 금융지주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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