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까지 비트코인 채굴 '눈독'…"한달 180만원 법니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2.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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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IT!] 암호화폐 열풍에 채굴족 다시 늘어나...전문가들 "변동성 커 채굴 신중해야"

/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코인 가격이 올라 전기세 등을 감안해도 남는 장사가 될 것 같다"(김모씨, 36)



평범한 회사원인 김씨는 최근 급등한 비트코인 가격을 보고 채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비교적 신형 그래픽카드(GPU)인 '지포스 RTX 3070'을 산 데다, 다른 업무로 컴퓨터를 놀리는 일도 잦아지면서다.

미국 가상자산(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8일 오전 역대 최고가인 5만2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달 초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달러어치 사들인 직후 줄곧 상승세다. 이더리움, 이오스 등 주요 알트코인도 나란히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김씨처럼 채굴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디씨인사이드 채굴갤러리, 블록체인 커뮤니티 땡글닷컴 등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신규 채굴에 필요한 정보를 묻는 글이 올라온다.

이들은 "2년 반 만에 채굴기를 세팅해봤다", "채린이 인사드립니다", "그래픽카드 호환이 안 된다고 해서 문의드린다", "이더리움보다 레이븐 채굴하는 편이 더 나을까요?" 등 활발하게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채굴용 그래픽카드 가격 폭등…PC용품 업자 "없어서 못 판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은 학생들이 PC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뉴스1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은 학생들이 PC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실제 채굴 열풍은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엔비디아 RTX 30시리즈는 출시 원가 대비 105~145%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CMP(암호화폐 채굴프로세서)를 별도 출시해 소비자용과 채굴용 제품을 구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채굴 업계에 따르면 RTX 3080 6개가 장착된 채굴기 1대로 이더리움 1코인을 채굴하는 데는 약 한달이 소요된다. 현재 200만원가량의 시세에 전기료 20만원 정도를 빼도 약 180만원이 남는다. 현 암호화폐 상승 추세를 보면 수익실현 기간은 점점 단축된다는 것이다.

중고 그래픽카드를 매입해 재판매하는 PC용품 업체 관계자는 "하루에 10통 이상 그래픽카드를 구한다는 연락이 말도 안 되게 온다"며 "솔직히 말하면 그래픽카드 수급이 힘들어서 판매를 못 할 정도"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채굴은 코로나19(COVID-19)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PC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PC방 가운데 약 20%가량이 채굴에 나섰다. 채굴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5~10% 수수료를 받는 솔루션 업체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너도 나도 채굴? 채굴업자 "위험성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암호화폐 채굴장(기사와 연관 없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DB암호화폐 채굴장(기사와 연관 없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채굴장을 운영하는 전문 업자들은 오히려 이런 열풍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시세는 변동성이 커 한순간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장비값 등 고정비용이 커 암호화폐를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채굴기 700여대를 보유한 A씨는 "2018년에는 채굴기를 돌려도 전기세 조차 안 나올 정도로 많이 힘들었는데, 지난해 초부터는 적자는 아니었고 올해 들어서는 많이 좋아졌다"며 "가정집에서는 채굴기를 돌리기가 쉽지 않으니까 전기시설이 잘 돼 있는 채굴장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A씨는 직접 채굴을 하는 것 외에도 채굴기 임대사업도 하고 있다. 고객이 전기료가 포함된 일정 금액을 임대료로 지불하면 A씨가 관리하는 채굴기에서 채굴한 코인을 고객 몫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도 "전세계적으로 채굴량이 늘면서 생산성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모르기 때문에 채굴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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