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는 ‘디지털 위안화’…비트코인과 다른점 3가지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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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디지털 위안화.(중국 한 방송화면 갈무리)디지털 위안화.(중국 한 방송화면 갈무리)


# "회사 동료 4명이 같이 신청했는데, 저만 당첨됐어요."

춘절 연휴 하루 전, 베이징에 사는 양(楊) 모씨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베이징시가 ‘디지털 왕푸징, 빙설(氷雪) 쇼핑 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시민 5만명에게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디지털 위안화 홍빠오(紅包, 세뱃돈)를 뿌리는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문자였다.

이벤트에는 252만명의 베이징 시민이 응모해 당첨확률은 1.98%에 불과했다. 연휴기간 양 씨는 200위안으로 온라인몰인 징동닷컴에서 세정제와 화장품을 샀다.



"결제도 간단했어요. 어플에 미니지갑을 전송하고 결제화면에서 디지털 위안화 지불만 선택하면 됐어요."

디지털 부호에 의해 생성되는 돈
디지털 위안화란 뭘까.



디지털 위안화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의 하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기 때문에 지폐, 동전과 똑같은 현금이다. 지폐, 동전과 다른 점이라면 실물이 없고 디지털 부호에 의해 생성된다는 점이다.

저우리핑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결제청산연구센터 부주임은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인민은행이 발행하고 국가 신용으로 보증한 법정화폐"며 "디지털 형식의 위안화"라고 밝혔다. 그리고 디지털 위안화의 목적은 "일부" 실물 현금을 대체하는 것이며 지폐를 완전히 대신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드처럼 생긴 디지털 위안화 '지갑' 위에 결제금액이 표시되고 있다. 지불액, 잔액, 오프라인 사용가능 횟수가 표시돼 있다. 스마트폰 아닌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통해서도 결제가 된다.(중국 방송화면 갈무리)카드처럼 생긴 디지털 위안화 '지갑' 위에 결제금액이 표시되고 있다. 지불액, 잔액, 오프라인 사용가능 횟수가 표시돼 있다. 스마트폰 아닌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통해서도 결제가 된다.(중국 방송화면 갈무리)
중국은 지난해 10월 선전시 뤄후구에서 5만명에게 200위안의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하면서 디지털 화폐를 시범 사용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베이징, 쑤저우 등 중국 각 지역이 디지털 위안화를 앞다투어 나눠주며 실생활 도입 준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인식은 완벽하진 않지만 대체로 잘 아는 편이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30%는 "디지털 위안화가 또다른 형식의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수단"이라고 응답했고, 50%가량은 "디지털화된 현금으로서 일종의 익명성을 가진다"고 답했다. 나머지 20%는 디지털 위안화와 비트코인의 개념을 혼동했다.

재밌는 점은 많은 응답자가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금 결제에서 신용카드를 뛰어넘고 바로 모바일 결제 시대를 열 만큼 모바일 결제가 대중화된 중국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사실 익명성은 없다…디지털 위안화의 특징 '셋'
설문 결과 대중들이 비슷하게 생각했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페이와 똑같지는 않다.

디지털 위안화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법정화폐이며, 오프라인에서 결제가 가능하고,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씩 들여다보자.

우선 디지털 위안화는 국가가 보증하는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화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은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 사실 자국 경제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현금을 거부하는 곳이 있을까?

중국은 모바일 결제 1위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며 자사 어플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이와 상관 없이 어떤 상점도 무조건 받아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 금액을 정한 뒤 QR코드를 불러 결제하는 장면.(중국 방송화면 갈무리)스마트폰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 금액을 정한 뒤 QR코드를 불러 결제하는 장면.(중국 방송화면 갈무리)
인터넷 연결이 안 돼도 오프라인 결제가 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모바일 결제의 가장 큰 단점은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과 동일한 기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 없이도 결제가 가능토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따라서 비행기, 산간벽지 등 거의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비용을 따져야 하는 민간이 추진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만들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점은 없을까.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에 태그를 삽입해서 자금이동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할 수 있게 했다.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거래 내용이 적힌 장부를 공유하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르다. 비트코인이 탈중심화를 주장한다면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모든 정보를 쥐는 중심화가 기본 구조다.

중국이 앞서 가는 이유
다른 국가 중앙은행 중에는 분산원장에 기반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 중인 곳도 있다.

지난 1월말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86%의 중앙은행이 CBDC를 연구 중이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중국은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

중국에는 몇 가지 유리한 조건이 있다. 우선 선진국보다 훨씬 더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됐다. 사실 모바일 결제나 디지털 위안화 결제나 형식은 똑같다. 거지도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디지털 위안화 보급은 누워서 떡 먹기다.

또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넓고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인민은행이 탈중심화된 CBDC가 아니라 중심화된 CBDC를 발행하는 데에도 사회주의 국가인 점이 영향을 줬다.

마지막으로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중국 인민은행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의 위치를 위협하는 걸 싫어한다. 디지털 시대에 비트코인,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암호화폐와의 경쟁에서 중앙은행이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화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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