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절반 환원' 김봉진, 자녀들 언급하며 남긴 말은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이동우 기자 2021.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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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의장, 재산 절반 환원 선언…"창업자들에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뻐"

김봉진 설보미 부부.김봉진 설보미 부부.


제가 꿈꿨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50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글로벌 기부 캠페인 ‘더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동참했다. 정보기술(IT)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창업초 빌게이츠·워런버핏에 영감…“교육·문화예술·자선단체에 쓴다”
김 의장은 전형적인 흙수저형 창업가다. 30가구도 안되는 완도군 ‘구도’ 섬 출신으로 공고·예대(실내 디자이너 전공)를 나와 2011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가 만든 ‘배달의민족’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배달 앱으로 키웠고, 창업 9년 만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5조원 규모 빅딜을 성사시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김 의장 본인도 1조원대에 달하는 잭팟을 터트렸다. 그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에 의장을 맡아 아시아 15개 지역 사업을 총괄할 계획이다.

사실 재산 환원은 창업할 때부터 김 의장이 이루고 싶던 꿈이었다. 김 의장은 이번 기빙플레지 서약서에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자신의 성공을 사회로 돌렸다. 그가 합류한 ‘더기빙 플레지’는 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억만장자들의 ‘기부 선언’ 캠페인이다. 지금까지 24국 유명 자산가 218명이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더 기빙 플레이’는 세계인을 상대로 한 선언일 뿐 기부 재단은 아니다. 기부 선언 후 기부금의 용처는 국내든 해외든 김 의장이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김 의장은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을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다. 김 의장은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배달의민족.
“창업가에 동기 부여될 것”
김 의장의 사회적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한 뒤 지난 3년간 사랑의 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재단·협회·학교를 통해 총 100억 3100만원을 기부했다.

업계에서도 김 의장의 이번 결정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창업가들에게 동기부여가 돼 사회 환원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김 의장은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며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 내부를 비롯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이제 막 빛을 보는 단계에 환원 선언은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며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한 이들에게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우아한형제들 임직원들도 김 의장의 결정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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