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의미가 있나요"…10명 중 7명 '졸업식 패스'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1.02.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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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졸업식인데 실감이 안나요."

최근 성균관대를 졸업한 윤모씨(26)는 지난 17일 오전 11시 유튜브로 생중계된 온라인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윤씨는 “해마다 2월이 되면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기념하는 선배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대학가에선 코로나19(COVID-19) 감염 위험 등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졸업식을 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졸업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졸업 행사를 피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 대부분 대학 코로나19로 비대면 졸업식…학생들 ‘섭섭’
지난 17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성균관대 졸업식. /사진=유튜브 캡처지난 17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성균관대 졸업식.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에 이어 올 2월도 코로나19로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에선 졸업식을 축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열고 있다. 유튜브나 학교 홈페이지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학위수여식을 방송하고, 단과대 혹은 학과별로 날짜를 나눠 교내에서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식이다. 미리 찍어둔 영상을 편집해 송출하는 곳도 있고,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는 곳도 있다.

이번에 한양대를 졸업한 이모씨(25)는 지난 16일 학위복을 대여해 졸업사진을 찍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의 방역조치로 가족들을 부르진 않고 시간이 맞는 동기와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이씨는 “30명가량의 학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줄을 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코로나19 시국이라는 게 더욱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 역시 "2년 전만해도 졸업식 날엔 교내 명소 같은 곳에 몇 백 명의 학생들이 몰리곤 했는데, 사진촬영 날짜를 나눈 것을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줄었다"고 했다.

졸업식에 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관심도도 떨어졌다. 지난 4일 잡코리아가 대졸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졸업식 참여의사’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0.9%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대면·랜선으로 진행되어 졸업식의 의미가 없다(59.6%)’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취업난에 ‘불안감 급증’…“졸업 행사 의미 있나”
(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지난해 국내 고용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1998년 IMF 외환위기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졸업생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 2021.2.17/뉴스1(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지난해 국내 고용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1998년 IMF 외환위기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졸업생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 2021.2.17/뉴스1
취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졸업을 기념하지 않는 졸업생들도 있었다. 올해 동국대를 졸업한 유모씨(27)는 졸업사진을 찍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씨는 “학위복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취업 관련 자격증 시험 등을 준비 중이라 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씨 역시 졸업식 중계를 시청하긴 했지만 따로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학교를 찾진 않았다. 윤씨는 “일부 친구들을 보면 웃돈을 주고도 학위복과 학사모를 빌려 졸업사진을 촬영하는데, (취업을 하지 못한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냥 건너뛰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층 실업률은 9.5%로 전년 동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유씨는 “졸업유예를 하고, 1년 넘게 공기업 등에서 탈락하다보니 부모님께도 졸업한다 말하기가 조심스럽더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확실성이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 행사 참여 등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한 분위기 등이 졸업예정자 등 젊은층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학위복 대여 등에 지출해야하는 비용이나 드는 시간에 비해 이익이 적다고 현실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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