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원들은 왜 1월에 주식을 팔았을까?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2.1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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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원들은 왜 1월에 주식을 팔았을까?


현대차 (246,000원 0.00%) 임원 13명이 지난달 들고 있던 자사주를 팔았다. 확인된 규모만 총 3402주(우선주 포함). 처분액은 8억3000만원 규모다. 연초부터 애플과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전기차분야 협력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직후다.

수년간 자사주 들고 있던 현대차 전무·상무들 "신고가에 차익실현"
임원들은 최소 1년 넘게 주식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상무·전무로 승진과 동시에 주식 보유량의 공시 의무가 생긴다. 13인의 임원들은 대부분 2019년과 2020년 승진하면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충격에 따른 폭락장에서 현대차 주가가 6만원대까지 떨어질 때도 모두 꿈쩍 않고 주식을 쥐고 있었다.

오히려 3월 말 정의선 회장이 책임 경영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자 임원들도 일부 추가 매수했다.



올해초 '애플카' 기대감에 현대차 주가가 18만~19만원 박스권을 뚫고 20만원을 찍었고 첫 보도가 나온 1월 8일에는 24만8000원까지 뛰었다.

현대차 임원들이 일부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건 보도 직후다. 주로 1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몰려있다. 9명의 임원이 1월 11일부터 15일 사이, 자사주 50주~300주를 팔았다. 25만원대에 판 임원이 6명, 24만원대1명, 26만원대 1명, 20만원대 1명이다.

국내 증시에서 '애플카'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그룹사인 기아차와의 구체적인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던 1월 말, 2명의 현대차 임원이 각각 408주, 585주를 전량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25만~26만원대다.


이 즈음 '애플카' 수혜 기대감은 기아자동차 주가로 쏠리고 있었다. 현대차 주가는 24만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반면 8만원선에 거래되던 기아자동차는 2월 초 10만원까지 돌파했다.

2월8일 두 회사가 공식적으로 '애플카 협업'을 부인하면서 주가는 상승폭을 반납했다.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먼저 차익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與 박용진 "미공개 정보 이용한 부당한 이익실현" … 금융당국 "다음주 거래소 심리"
가장 큰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 한 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1월 11일부터 27일까지 현대차 주요 임원들이 주식을 팔았는데 확인된것만 8억3000만원"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 자본시장법 제174조에 따르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는 금지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자본시장법 426조를 인용해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보호,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금융감독원장에게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며 조사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설 연휴 전부터 '시장 감시(모니터링)' 단계로 점검하던 한국거래소는 다음주부터 심리에 착수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18일 "거래량, 시세, 루머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모니터링 하는 단계에서 일부 문제를 확인한 뒤 심리 대상이라고 판단해 다음주부터 심리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시장감시 단계에서 포착된 내용을 토대로 해당 임원의 증권 계좌 정보 등을 들여다본다.

거래소 측은 "심리 단계에선 해당 임원에 대한 1대1 소명 확인까지 거치지 않을 것"이라며 "심리에서 혐의가 보인다면 금융위원회에 통보하고, 금융감독원이 필요하다면 당사자 문답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거래소의 심리 결과를 우선 지켜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미공개 정보이용으로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서다.



대부분의 현대차 임원 주식 매도 시점과 공시 시점이 2주 이상 차이가 나는 점, 공시 내용과 시점을 임원들이 알고 매도했는지 여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거래소에서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금융당국이 조치를 취한다. 간부들과 상의해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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