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럴때..." 최신원 회장 구속에 난감한 SK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2.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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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신원 SK 네트웍스 회장이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신원 SK 네트웍스 회장이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구속 수감됐다. SK그룹 내에 난감한 기류가 읽힌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그룹 전반적으로도 배터리 소송 등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어서다.



SK네트웍스 (5,990원 ▼130 -2.12%)는 17일 최신원 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어려운 시기에 이같은 상황을 맞게 돼 당혹스럽다"며 "이사회와 사장을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최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원 부장판사는 "최 회장이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으며, 범죄의 규모 및 관련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상황 공교롭지만..경영 상 여파는 제한적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해외유학 장학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선발된 장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제공=SK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해외유학 장학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선발된 장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제공=SK
SK그룹 입장에서는 경사를 앞두고 터진 돌발악재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NC 대표 등을 상의 이사진 격인 서울상의 회장단에 합류시키는 등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던 터다.

특히 최 회장은 대한상의를 통해 평소 지론인 사회적가치(SV) 창출을 중심에 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론을 설파한다는 각오였다. 대한상의에서 관련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을 중심으로 SK그룹 내에서 진용 구성도 거의 마친 상황이다.


LG그룹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 등 현안이 발생한 와중에도 의욕적 행보를 보이던 최 회장이다. 이 와중에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 구속은 난감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횡령·배임이라는 혐의 내용 자체가 최 회장의 지론에 배치된다. 최 회장으로서는 입장이 더욱 난처하다.

다만 최신원 회장이 그룹 전반에 경영 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경영공백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최신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네트웍스는 그룹과 지분 면에서 완전히 분리된건 아니지만 경영상은 이미 사실상 계열이 분리된 상황이다.

박상규 사장 받치고, 후계자 최성환 뜰까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진=SK네트웍스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진=SK네트웍스
재계는 특히 최신원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의 역할에 주목한다. 기획실장으로 일하던 장남에게 사업총괄이라는 자리를 미리 만들어 맡긴데 대해 사실상 최신원 회장 부재를 미리 준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성환 총괄은 1981년생으로 중국 푸단대(중국어학)와 런던비즈니스스쿨(MBA)에서 공부했다. 2009년 그룹에 입사했다. 그룹 내 각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난 박상규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돈키호테같은 최신원 회장의 질주를 빈틈없이 보좌해온게 박 사장이다. 대형 리스크에 직면한 SK네트웍스로서는 박 사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주유소 매각과 SK매직(구 동양매직) 인수 등 상당한 실탄을 쓴 SK네트웍스는 성장동력을 다져야 하는 중요한 시점을 지나는 상황"이라며 "박상규 사장이 든든히 받치는 가운데 회사가 고비를 넘고 최성환 총괄이 급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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