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부자, '마지막 블루오션'에 빠졌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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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우주창업시대②]우주서 돈버는 '뉴스페이스' 시대…기술·시장 선점이 관건

편집자주 “바다가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경이 21세기를 살았다면 하늘 저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주여행, 우주셔틀, 우주통신, 우주청소 등 허황하게 들리던 우주산업이 하나 둘 현실화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이런 획기적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같은 로켓벤처들이다. 본격 도래한 ‘우주창업시대’를 조망하고 우리의 당면과제와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버진갤럭틱 우주여행선 내부/사진=버진갤럭틱버진갤럭틱 우주여행선 내부/사진=버진갤럭틱


#지난 15일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전용 위성 60기를 팰컨9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고도 500~1200km) 인공위성 인터넷 통신사업이다. 2020년대 중반까지 약 1만2,000개에 달하는 통신용 마이크로샛(400kg 미니위성)을 발사해 지구 전역을 아우르는 1Gbps(초당 기가비트)급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가동되면 높은 산이나 사막, 바다에서도 끊김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다른 나라로 출장·여행을 갈 때 로밍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통신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본격 시작되면 연간 수익이 30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페이스X 펠컨9/사진=스페이스X스페이스X 펠컨9/사진=스페이스X
바야흐로 우주에서 돈을 버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전까지는 미국과 소련 간 체제 경쟁의 전장이었지만 소련의 붕괴, 미국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등 정부 주도의 우주사업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면서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로 밀려났다. 이 틈을 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조스라는 두 천재 CEO(최고경영자)가 재사용 로켓 기술을 앞세워 우주여행·화물운송 등 우주사업을 다각도로 펼치며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 젖혔다.



세계 1·2위 부자, '마지막 블루오션'에 빠졌다
◇마지막 블루오션 ‘우주’를 잡아라=두 회사가 전매특허처럼 보유한 로켓 재활용 기술은 우주산업의 제1원칙인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우주 발사체는 한번 쏘아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약 10억 달러(1조1000억원) 이상 든다. 발사비의 90%를 차지하는 발사체를 다시 쓸 수 있게 되면서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이뤘다. 업계는 민간 우주시대로 전환케 한 결정적 기술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년 내 우주왕복선 궤도 운송비용이 킬로그램(kg)당 500달러(약 55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는 kg당 2만 달러(22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위성 부품의 소형화·표준화 등도 우주산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캡슐 발사 장면/사진=블루오리진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캡슐 발사 장면/사진=블루오리진
이 같은 기술 진보로 인터넷통신뿐 아니라 화물 운송, 자원 채굴, 지형·환경 데이터 확보 등 잠재력 있는 우주사업 모델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빠른 투자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우주여행’이 각광받는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온라인으로 우주여행상품 예약을 받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약 3억원에 지구 대기 끝인 카르만 선까지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내놨다. 이르면 오는 4월 첫 여행에 나설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2023년을 목표로 ‘달 여행패키지’를 내놨다. 버진갤럭틱은 올해 상공 100㎞ 정도까지 올라가는 우주 관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저스틴 비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상품 예약자 명단에 올라있다.

타이거/사진=현대차타이거/사진=현대차
◇우주산업 투자도 봇물...ETF까지 등장=우주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자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글로벌 우주분야 투자회사인 미국 ‘스페이스 엔젤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20년 3분기까지 1128개의 우주기업이 총 누적액 1660억 달러(185조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안형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주기업에 대한 총 투자액은 130억원, 최근 16년간(2005~2020년) 누적투자액은 433억원 규모다.


금융투자상품도 속속 등장한다. 2019년 뉴스페이스를 테마로 한 ETF(상장지수펀드)가 처음 출시된데 이어 글로벌 ETF 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우주 탐사기업에 투자하는 ETF 를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 달러(1110조원)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주’=우주에서 미래 동력을 얻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한화·한국항공우주(KAI)는 최근 ‘뉴스페이스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며 우주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뛰어들 채비를 서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유튜브에 달·화성 탐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동로봇 ‘타이거’를 최초로 공개하며 우주에 대한 원대한 꿈을 살짝 드러냈다. 한글과컴퓨터그룹 우주·드론 전문 계열사인 한컴인스페이스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위성 지상국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상상도/자료=ESA우주 쓰레기 청소선 상상도/자료=ESA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최근 삼성벤처투자 등 국내 대표 VC들이 소형로켓을 개발하는 페리지항공우주, 이노스페이스에 각각 100억원, 80억원을 투자했다. 페리지항공우주는 올 상반기 50㎏급 소형 위성을 실어 나를 8.8m 소형 발사체 ‘블루 웨일’의 고고도 시험 발사를 앞뒀다.

이노스페이스는 연료는 고체, 산화제는 액체를 쓰는 ‘하이브리드 추진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뉴 스페이스를 통해 발사체·위성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인 우주산업의 영역이 바이오, 의료장비 등 일반 산업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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