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뭉개고 매니큐어로 장난쳤는데…'귀르가즘' 2200만명 봤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2.17 14:07
글자크기

화장품 부수는 영상으로 유튜브 구독자 75만…광고 대신 힐링 ASMR로 대박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채널 주요 영상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채널 주요 영상들


"엄마 립스틱으로 거울에 그림 그리고, 매니큐어로 막대사탕에 색색 코팅하고 로션은 쭈욱 짜버리고…."

화장품을 치장의 목적이 아닌, 놀이 목적으로 부수며 소리만 전달하는 ASMR(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감각적인 소리 영상)로 아모레퍼시픽 (150,600원 ▲4,500 +3.08%)이 유튜브에서 대박을 냈다.

17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채널은 출범 2년 만에 구독자수 74만7000명, 누적 조회수 6910만3386회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2월 구독자수 10만명을 돌파하며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했는데 불과 1년 만에 구독자가 눈덩이처럼 늘며 유튜브 골드버튼(구독자 100만명 돌파)을 눈앞에 뒀다.



뷰티포인트 채널에서 역대급 구독자를 모은 일등공신 콘텐츠는 '힐링타임즈'다. 립 펜슬로 그림을 그리기, 립스틱 뭉개기, 세워놓은 뒤 와르르 도미노처럼 무너뜨리고, 아이섀도우 바닥까지 긁어내고 망치로 박살내기, 비누 자르기 등 화장품을 부수고 뭉개고 다 짜버리는 '화장품 파괴의 힐링'을 제공하는 영상들이다.

뷰티포인트 채널 영상 중 매니큐어로 공작한 모습뷰티포인트 채널 영상 중 매니큐어로 공작한 모습
힐링타임즈 동영상은 한 달에 한 두개 정도만 올라오는데 총 22개의 영상만으로 75만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구독자의 60%가 외국인으로 댓글도 대부분 영어로 달려있다. "반신욕할 때마다 이 영상을 듣는다", "전 세계에서 이런 ASMR를 제공하는 채널은 여기밖에 없다", "7살 아이의 감성으로 되돌아간 느낌" 등의 수 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핑크 덕후들 모여라'영상은 핑크색 화장품들 부수고 짜는 영상이다. 9개월 전 올라왔는데 현재 2283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며 댓글만 4만8000여개 작성됐다.

힐링타임즈 영상에는 자막과 음악이 없다. 사람 대신 손가락이 주로 보인다. 그냥 화장품을 뭉개고 자르고 분지르고 긁어내는 소리만 들린다. 일명 '귀르가즘(귀로 느끼는 쾌락)' '뷰르가즘(화장품으로 느끼는 쾌락)'을 극대화하는 영상이자 소리 그 자체다. 비싼 화장품을 거침없이 부수고, 무스 클렌저와 바디 로션 등을 이용해 눈사람을 만들고 섀도우를 팔레트 삼아 그림까지 그린다. 어린 시절에 맘껏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화장품 공작 놀이의 끝판왕을 구현한다. 시각·청각은 물론, 촉각에 미각까지 만족시키는 '힐링타임즈' ASMR은 어느 댓글처럼 '예술의 경지'에 접근하고 있다.

뷰티포인트 채널은 2018년 11월 개설됐다.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실험을 하던 중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팀 NGI 디비전의 린 스타트업 8팀이 콘텐츠를 맡았다. 화장품이 가진 각각의 질감, 색감을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보여줄지를 고민하다 탄생한 것이 '힐링타임즈'다. 현재 이 팀은 컨텐츠 커머스 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힐링타임즈는 이 팀이 하는 일의 일부이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대놓고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은 우수하다"는 광고를 했으면 구독자 10만명도 어려웠을 일을 '코덕(코스메틱 덕후)이 꿈꾸는 놀이' 영상으로 해냈다.


뷰티포인트 영상 중 캡쳐 뷰티포인트 영상 중 캡쳐
아모레퍼시픽 NGI 디비전 관계자는 "'멍 때리고 보는 영상'에서 출발해 화장품이라는 소재를 통한 심미적 만족감에 초점을 맞췄다"며 "뷰티를 소재로 하되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차별화된 뷰티 영상을 제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 십 만개의 뷰티 동영상이 넘쳐나는 유튜브에서 우리는 차별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포인트만의 정체성을 정립해나갈 것"이라며 "구독자 100만명을 넘어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