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3.4배의 바이오株…마크로젠 재평가 시작되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1.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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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바이오 상장1호 마크로젠, 지난해 908억 순익…코로나19 검사수요에 영업이익 사상최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10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 15%

-11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

-153개국 1만8000여 고객보유



-코로나19(COVID-19) 진단키트 핵심물질 합성

-컨테이너형 코로나19 현장 검사 시스템 개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K-DNA) 주 사업자 선정

-SK텔레콤과 유전자 검사기반 헬스케어 사업제휴

-아시아 64개국·219개 민족 유전체 공개로 맞춤 정밀의학 실현기반 마련



지난해 순이익 908억원의 '슈퍼어닝'을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한 마크로젠 (19,890원 ▼110 -0.55%)의 현재 상황이다. 마크로젠은 1997년 설립된 바이오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다. 코스닥에 상장(2000년2월)한 바이오 1호 기업이기도 하다.

이후 바이오 상장 러시가 이어졌고 인수합병(M&A)를 통한 우회상장도 많았으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마크로젠이 유일하다. 바이오 기업 전체적으로 흑자를 내는 곳이 드문데 마크로젠은 최근 11년간 영업이익을 유지할 정도로 재무성과도 좋다.

세계 최고 유전체 분석기술 보유한 바이오 1세대 대표기업
그럼에도 주식시장에서 마크로젠은 유독 인색한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실적(매출 1126억원, 영업이익 72억원, 순이익 908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PER(주가순이익비율) 3.4배에 불과하다.

이익은 고사하고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PER이 수백 배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크로젠이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코스닥 제약업체는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16억원, 순이익 24억원을 거뒀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다. 또 다른 바이오 업체는 적자만 100억원인데 시가총액이 8000억원 이상이다. 반면 마크로젠의 시가총액은 3100억원에 그친다.

증권가 전문가들이 마크로젠 주가의 재평가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리레이팅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건도 하나 둘 실마리가 풀리는 중이다. 장기적인 관점의 바이오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봐야 할 기업이 마크로젠이다.

마크로젠 (19,890원 ▼110 -0.55%) 창업주인 서정선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 의학연구소를 스핀오프해 회사를 세웠다.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을 10여 년 맡아 바이오 업계의 현안을 조율하는 등 큰 역할을 해왔다.

마크로젠의 전문분야는 유전체 분석. 후천성 질병도 있으나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선천성 질병도 상당하다. 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체를 지니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마크로젠의 기술이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전적으로 유방암이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해서 걸리지도 않은 유방암 수술을 미리 받았다. 유전체 분석자료는 이렇게 활용된다.

마크로젠의 사업은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의 연구지원 △환자와 의료진 대상 임상진단 △일반인의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법의유전학, 반려동물 등 응용 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연구분야다. DNA 염기서열 분석(CES, NGS), 바이오칩 분석(Microarray), 올리고 합성(Oligo), 유전자 변형 마우스(GEM),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등 생명공학 및 임상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올린다.

코로나19 타격에도 사상최대 실적. 영업이익 72억원 순익 908억원
PER 3.4배의 바이오株…마크로젠 재평가 시작되나


임상진단 및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분야는 정밀의학 실현을 위해 마크로젠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연구개발을 추진 중인 분야다. 암 유전체, 산전 유전체, 희귀질환 유전체, 개인 유전체 등의 검사가 포함되며 개인 맞춤형 진단과 치료, 건강관리 방법 등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응용 분야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유전자검사 마이펫진(myPETGENE)부터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개인식별 및 혈연관계 유전자검사 서비스 등이 진행되고 있다.

마크로젠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였고 순이익은 908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7.9% 감소한 1126억원이었다. 소마젠 실적을 제외한 동일 기준으로 비교 시 매출액은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가총액의 1/3에 육박할 정도의 순이익이 나온 것은 자회사 소마젠(지분율 37.6%)과 연관이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상장한 미국 법인 소마젠을 연결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소마젠의 미국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마크로젠 '매출감소+지분 평가익 급증'이 나타난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마크로젠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PER 3.4배에 불과. 상장 바이오 업체 가운데 주가 가장 낮아
이수강 마크로젠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수강 마크로젠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수강 마크로젠 대표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국내외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며 "전체 매출에서 소마젠 수치가 제외됐고 코로나19로 인해 축소운영에 들어간 임상 연구기관들이 많았음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로젠은 2005년 미주법인을 설립했고, 2007년 일본법인, 2008년 유럽지사(2017년 법인전환), 2018년 싱가포르법인을 세웠다. 미주법인(소마젠)은 2013년 미국 표준실험실인증인 CLIA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2017년에 CAP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연구시설을 갖췄다. 일본법인도 현지 연구자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유럽은 201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게놈 슈퍼마켓 1호를 설립했다.

게놈 슈퍼마켓은 국가별 주요 도시에서 연구자·임상진단 시장을 타깃으로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인데 2호점도 예정돼 있다.

이처럼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에 올해에도 실적개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는 본사 및 일본법인, 유럽법인의 연구자 시장 대상 유전체 분석 사업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내실을 다지기 위해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펼치고, 환경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4분기 동안 적극적인 영업 활동과 신규 사업을 위한 마케팅, 투자, 운영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2020년의 연결, 별도 실적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영업이익률과 매출액을 목표로 하는 만큼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업영역 확장, 성장판 다시 열린다…마크로젠의 재평가
PER 3.4배의 바이오株…마크로젠 재평가 시작되나
마크로젠 주가는 현재가 최저점 수준이다. 2000년 상장 직후 주가는 10만원대였는데 현재는 1/4 수준인 2만8000원대다. 최근을 보면 2018년 주가가 5만4900원으로 가장 높았는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급등장에서도 전혀 수혜를 보지 못했다. 국내 증시가 최저점을 찍었던 3월19일 마크로젠은 3만8000원이었는데 현재는 이보다 26%나 낮은 가격이다. 그 사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코스피 대형주를 비롯해 가만히 앉아서 3~4배 이상 주가가 오른 기업들이 속출했다.

원인으로는 △안정적이지만 가파르지 않은 성장성 △보수적인 기업문화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등이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은 문제가 해결된 것들이라 전망이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올해는 마크로젠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유전체 분석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분자진단, 마이크로바이옴, DTC 등의 신사업이 속도를 내고 글로벌 IT 인프라 도입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마크로젠의 유전자 분석기술은 활용도가 높다. 암을 비롯해 각종 유전병을 진단하는데 쓰일 수 있고 건강검진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내 법규상 병원이나 의료재단이 유전자 진단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현재 비의료 기관인 마크로젠은 관련 사업에 제한적으로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로젠이 개발을 마친 암 패널도 직접 임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용으로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크 인베스트가 꼽은 미래 유망산업 유전자 분석기술, 살펴보니 마크로젠
PER 3.4배의 바이오株…마크로젠 재평가 시작되나
마크로젠의 기술은 인정하지만 성장판이 닫혀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배경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마크로젠 의료재단(옛 공우의료재단)이다. 2019년 12월 90억원을 출연했는데 재단에 회사 연구팀이 합류해 유전자 연구부터 사업개발까지 함께 추진하게 된다.

이 대표는 "유전자 분석과 맞춤형 건강검진을 결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B2C 상품의 거점을 마련하고, 의료재단의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마크로젠의 유전자검사를 연계해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쌓인 빅데이터는 다시 유전병 분석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IR과 PR 문화도 바뀌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자사주 취득신탁 계약을 맺어 11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과 관련한 기술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자산운용사인 아크(ARK)인베스트의 설립자 캐시우드가 차세대 유망업종으로 DNA 염기서열 분석, 유전자 치료,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을 꼽았다"며 "마크로젠은 이 기술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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