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광풍 '스팩'...국내서는 찬밥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2.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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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 스팩에 800억달러(약 88조1360억원)가 몰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월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현재까지 350억달러가 스팩으로 집중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스팩 투자 열기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지난해 스팩 순매수 규모가 1년 전보다 줄었다. 신통치 않은 스팩 우회 상장기업들의 주가와 공모주 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낮아진 상장 문턱에 스팩 우회 상장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韓 스팩시장 미국과 달리 찬바람만 쌩쌩
스팩은 페이퍼 컴퍼니를 우선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상태에서 합병 대상을 찾는다. 스팩의 장점은 상장 속도가 빠르며 요건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청약보다 접근이 용이하다. 그럼에도 투자 실적은 부진하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주는 1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1년 전인 2019년 31억원 순매도보다는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스팩 상장건수가 19개로 2017년(21개) 이후 3년 만에 역대 2위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공모주 시장에서도 스팩은 찬밥 신세다. 지난해 상상인증권의 상상인이안제2호스팩은 코스닥 공모를 철회했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0.68 대 1에 그치면서 '소액주주 200인 이상'인 주식의 분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한 스팩 역시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스팩9호는 4.35 대 1, 신한제7호스팩 (8,770원 ▲1,620 +22.66%)은 2.21 대 1, 하나금융17호스팩 (659원 ▲71 +12.07%)은 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신영스팩6호 (4,950원 ▲685 +16.06%)(34.46 대 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앗 뜨거워!" 공모주에 찬밥 신세된 스팩
스팩이 외면 받는 이유는 공모주 투자 열기 때문이다. 지난해 SK바이오팜 (89,800원 ▲1,400 +1.58%)으로 시작된 공모주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넘치는 유동성에 공모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5조5000억원였던 IPO 공모시장에 약 295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그만큼 공모주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실제 청약 과정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잘 나타났다. 올해 상장한 14개(스팩 제외) 공모주 중 피비파마 (8,020원 ▼40 -0.50%)(819.76 대 1)를 제외한 나머지 13개는 수요예측이 1000 대 1을 넘겼다.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를 넘는 공모주도 9개에 달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IPO가 자금 조달면에서 유리하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의 설립자금은 통상 50억~100억원이다. 기업은 스팩과 합병하면서 이 자금을 일종의 공모자금처럼 받게 된다. 수백억원을 조달하는 IPO와 비교해 초라하다.

스팩 상장 기업 19개 중 13개 마이너스
스팩이 외면 받는 또다른 이유는 부진한 주가 흐름이다. 지난해 스팩과 합병 상장한 19개 기업 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기업은 6개에 불과했다.

이날 기준 레이크머티리얼이 273.4%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나인테크 (2,990원 ▲10 +0.34%)(260.6%)와 지엔원에너지 (2,070원 ▲158 +8.26%)(130.8%), 네온테크 (2,990원 ▼85 -2.76%)(87.3%)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종목을 더블유에스아이 (1,937원 ▼5 -0.26%)다. 지난해 12월 1일 스팩 상장한 더블유에스아이 주가는 상장 이후 47.8% 급락했다. 국전약품 (5,630원 ▼40 -0.71%)도 22.1%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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