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거스르는 전문대…울산과학대·한영대·연암공대 '주목'

뉴스1 제공 2021.02.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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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서 요구하는 '맞춤형 전문인재' 양성
"전문대·지역산학단지·지방정부 어우러져야"

지난해 8월6일 대구 소재 한 전문대에서 컴퓨터정보계열 특수영상반 학생들이 3D 게임 애니메이션 특강에 참여해 실습하고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지난해 8월6일 대구 소재 한 전문대에서 컴퓨터정보계열 특수영상반 학생들이 3D 게임 애니메이션 특강에 참여해 실습하고 있다./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전문대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전문대는 산학협력 강화와 미래기술 교육 강화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문대도 학령인구 감소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펴낸 연구보고서를 보면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전문대만도 절반이 넘는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133개 전문대 중 77개교(57.8%)가 미달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해 100% 충원을 마친 대학은 25개교가 감소했다. 85% 미만 등록률을 보인 전문대는 11개교 늘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점차 정설이 되고 있지만 몇몇 전문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산학협력 체계가 튼튼하게 갖춰진 곳은 약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울산과학대 "산·학·연·관 협동 체제 속에서 취업까지"

울산과학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수시 1차모집에서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지원자 수 증가로는 전국 2위다. 최근 5년간 신입생 충원율은 98.2%를 기록한 2020학년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다.

산업도시 울산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린 울산과학대는 산학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지역 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과 가족회사 협약을 체결해 재학생 인턴십과 취업을 해결 중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가족회사만 1423개에 달한다. 또 울산과학대는 재학생 취업과 기업 수요가 높은 인재 육성을 위해 'UC산학협력협의회'도 운영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교육과정을 공동개발하고 산학협력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49개 분야별 산학협력협의회가 있으며 415개 산업체 437명과 대학 관계자 189명 등 626명이 활동 중이다.

울산과학대는 학교재단을 설립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원과 함께 SK에너지, LG화학, KCC, 롯데 케미칼 등 대기업·중견기업과 유기적 협력으로 재학생을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가족회사와 산학협력협의회는 유기적이고 강력한 '산·학·연·관' 협동 체제"라면서 "재학생들은 그 속에서 인턴십과 현장실습을 수행하고 취업까지 한다"라고 말했다.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울산과학대는 최근 3년간 취업률에서도 71.6~74.9%를 보이며 전국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취업자가 해당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지취업률도 2015년부터 상승해왔다.

◇'여수석유화학산단'에 특성화된 전문인재 양성 중인 한영대학

전남 여수 한영대학도 최근 취업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전문대 가운데 하나다. 2018년 67.2%였던 취업률이 2019년 74.2%까지 올랐다. 대학 내부에선 지난해 취업률을 79.5%로 내다보고 있다.

한영대학이 있는 여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이다. 정유는 국내처리능력의 24%, 석유화학은 국내처리능력의 46%를 여수석유화학산단에서 점유 중이다. 종사자만도 2만4000명가량 된다.

한영대학은 화학산업공학전공·화공플랜트산업전공·석유화학공정전공 등으로 구성된 국가산단특성화계열 학과가 강점으로 꼽힌다. 지역적 산업 특징을 고려해 학과를 개편한 결과다.

한영대학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 주요 직무 분야인 생산과 공무, 환경안전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면서 "재학생들이 여수국가산단 입주 기업에 많이 취직해 대학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산단특성화계열 같은 경우 교수의 86%가 산업체 경력교원으로 구성돼 있다. 석유화학산업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도 적지 않다. 현장 경험이 많은 교원이 늘면서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졌다.

또 맞춤형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산업체 인증제도 시행 중이다. 정유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해 바이오화학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는데 기업 교육팀에서 제시한 평가수준을 충족하면 별도 인증서가 주어진다.

이론과 함께 실무 역량 획득도 가능해지면서 국가산단특성화계열은 지난 2016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100%를 이어오고 있다. 결국 각 전문대에서 얼마나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AI 교육' 강화 나선 연암공대…관련 교과목 모든 학과로 확대

LG연암학원에서 운영 중인 연암공대는 전통적으로도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 전문대지만 최근 인공지능(AI) 교육을 강화하면서 산업구조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교생 모두가 AI 관련 지식을 필수역량화할 수 있도록 AI 관련 교과목을 모든 학과로 확대 신설했다. 당장 올해 1학기부터 학년별로 AI개론, AI활용, AI응용프로젝트 등 AI 교과목이 열릴 예정이다.

연암공대는 동시에 역량 인증제를 도입해 AI교육 기반 대학으로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학교 자체 인증제에서 시작해 기업체 신뢰도 강화를 위해 LG사이언스파크와 LG AI연구원과 공동 인증제 도입도 논의 중이다.

AI 관련 LG 주요 계열사와 산학협력도 강화했다. 연암공대는 지난해 LG사이언스파크, LG전자, LG유플러스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와 AI·빅데이터 관련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LG 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 분야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맞춤형 강의와 교육과정 개발에 나서는 등 연암공대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연암공대는 지난 9년간 평균 취업률이 78.5%로 전국 전문대 가운데 6번째로 높다. 유지취업률도 85.2%로 높은 편이다. 대기업 취업률도 평균 50% 수준을 유지 중이다.

연암공대 관계자는 "높은 취업률은 모기업인 LG그룹과 산학연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견·강소기업 취업처를 발굴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약 100건의 산업체 협약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전문대·지역산학단지·지방정부 어우러져 '전문인재' 양성해야

대학 관계자들은 위기 속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대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이 힘들다고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발전 중인 대학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성용 전문대교협 홍보팀장은 "전문대와 지역산학단지, 지방정부 이 세 개가 어우러져서 전문인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산학단지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요청하고 학교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방정부도 기업과 학교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방 팀장은 "전문대·산학단지·지방정부가 트라이앵글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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