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새해전야' 이연희 "결혼하니 안정…남편과 '결혼전야' 봤죠"(종합)

뉴스1 제공 2021.02.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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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제공 © 뉴스1이연희/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이연희(33)에게 지난 2020년은 무척 변화가 많았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결혼을 했고, 19년간 몸 담았던 소속사를 이적하며 배우로서도 새로운 길을 택했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들을 지나온 뒤, 화상을 통해 만난 이연희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내적으로는 한층 평온하고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이연희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는 새해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네 커플의 두렵지만 설렘 가득한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로 지난 10일 개봉했다. 2013년의 '결혼전야'를 잇는 두번째 작품인 이 영화에서 이연희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를 연기했다. 8년 전 '결혼전야'에서 7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흔들리는 네일 아티스트 소미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에는 여행지 아르헨티나에서 우연히 만난 재헌(유연석 분)과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준다.



이연희는 "관객들이 힐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며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새해전야'는 소소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특히 이연희와 유연석이 연기한 아르헨티나의 재헌, 진아 커플의 이야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한 지금,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며 '여행 욕구'를 채워준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들을 지나고 있는 이연희와 만났다.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 이후 6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소감이 어떤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서게 됐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무척 떨리고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된다. '새해전야'는 내가 '전야'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해서 제의가 왔을 때 당연히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여행을 간다는 콘셉트가 '결혼전야'와 비슷한 콘셉트여서 '결혼전야'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처한 상황이 달라서 역할을 연구하는데 좋았다.

-'새해전야'의 특별함은 무엇이었나. 출연을 결정 계기를 설명해준다면.

▶나도 20대를 굉장히 열심히 달렸다.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감사했었기도 했지만 그때 상황에서는 너무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혼자 관계로 인해 받는 상처들을 켜켜이 쌓아두고 담아왔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진아처럼 여행을 통해 리프레시(Refresh)를 얻었고, 그 순간부터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여행을 갔다. 그래서 그런 생각들이 진아와 똑같은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20대를 생각하면서 표현하면 진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이연희/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제공 © 뉴스1이연희/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제공 © 뉴스1
-20대 때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는데, 30대에 결혼까지 한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나아졌나.

▶20대 때가 다 그렇다. 경험도 없고 사회생활도 20대 때 많이 하게 된다.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자기 이야기도 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내 자신의 이야기를 앞에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매니저님을 통해 했고, 내가 앞에 나와서 얘기할 기회가 많이 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오해도 생기고 '저 사람이 날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지금은 훨씬 많이 자유로워졌다. 사람들을 대할 때 낯가림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한결 상황이 편해졌다.

-영화에서 재헌은 '번 아웃'으로 한국을 떠나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재헌처럼 '번 아웃'을 경험한 적도 있나.

▶20대 때 열심히 하다가 쉼이 생기는 기간이 있었다. 하루는 잠이 안 와 힘들어서 밤을 새게 됐다. 너무 답답하고 어딘가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겠더라. 어디 가면 알아볼 거 같고, 막연하게 돌아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더 답답하고. 이대로 있으면 이상해지겠다 싶은 신호가 왔다. 무작정 차를 타고 올림픽공원 쪽에 갔다. 너무 푸르른 게 보고 싶었다. 자연을 보다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풀리더라. 나에게 그런 위기감이 왔었던 것 같다. 다행히 잘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가보자, 해서 간 곳이 일본이었다.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떠났다.

-사회생활이 편해지게 된 계기가 있나.

▶나이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20대가 지나고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나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대는 뭐가 이렇게 생각만으로 힘들지 했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편안해진 것 같다. 나이로 인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배우 생활이 조금씩 편해졌다. 20대 후반에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계속 연기할 수 있을까. 연기자가 적성에 맞는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할 수 있느 게 이것 밖에 없다. 이것 또한 내게 주어진 재능이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배우 생활을 편하게 받아들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만의 힐링 여행지가 있다면 추천해달라.

▶늘 인터뷰 때 힐링되는 곳이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파리라고 했었다. 파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결혼 후 보여주는 첫 작품이 로맨스다. 연기를 할 때 부담 같은 것은 없었나.

▶촬영할 때는 결혼 전이었다. (유)연석 오빠와는 의류 모델을 같이 활동했었고 현장에서 나이스하고 배우로서 나이스한 면이 있어서 같이 연기하면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기회가 닿아서 '새해전야'에서 연기를 같이 하게 됐다. 오빠 본인의 고민을 많이 갖고 연기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상대 배우와 편하게 연기해서 좋았다.

-유연석과 옥상에서 탱고를 추는 신이 아름다웠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나.

▶우리가 탱고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보름 정도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대본에 맞게 춤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실 아무 것도 모르니까 전문가 댄서에게 의뢰해서 정해진 안무를 소화했는데 하다보니 화려한 탱고보다는 남녀가 가까워질 때의 감정을 연기하고 싶더라. 연석 오빠와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생각했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습득해야겠다 해서 습득했다. 현지에 갔는데 현지 안무 선생님이 정해진 안무를 보시더니 전문적인 화려한 탱고의 동작을 걸러내고 두 배우를 아름답게 클로즈업 해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서, 화려한 동작들을 뺐다. 현장에서는 연습한대로 잘 안 나온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했다. 루프탑에서 촬영했는데 루프탑이 기울어져 있고 날씨가 최악으로 추워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안무도 까먹게 되더라. 그런데 그런 장면들을 감독님이 쓰셨다. 궁금하다.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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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 폭포에 함께 가는 신도 아름답게 담겼다.

▶우리가 굉장히 운이 좋았다. 관광객들 때문에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아니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모두 모나리자를 기대하고 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저쪽 뒤에서 구경만 하고 가게 되지 않나. 이과수도 화려한 폭포를 가까이서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 측에서 우리에게 촬영을 열어주셔서 오픈 한 시간 전에 들어가서 촬영을 하고 나왔다. 우리가 나가니 관광객들이 들어오더라. 잘 담아낼 수 있어서 기회가 좋았다.

-유연석과 멜로 연기는 어땠나.

▶촬영을 준비할 때 개인적으로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 연석 오빠가 '새해전야' 뿐 아니라 '강철비2: 정상회담' 촬영이 겹쳐서 준비를 같이 하는 바람에 안무 연습을 할 때나 대본 리딩 할 때만 만났다. 대본 리딩도 처음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이후에 아르헨티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테라스에서 고기를 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한 기억이 난다.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을 해왔는데 어땠는지 물어보고, 평소에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취미라든지. 오빠가 재헌과 잘 맞더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해외든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오빠가 외국인들과 스스럼 없이 친근하게 얘기를 잘 나누더라. 재헌과 들어맞아서 그런 부분이 좋았다.

-'새해전야' 속에서 재헌과 진아의 관계는 우정에 가깝게 그려진다. 멜로 요소가 많이 없어서 아쉽지는 않았나.

▶사실 각자의 상황들을 그린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다. 여행에서 알게 된 재헌을 만나고 어떤 과거의 상황들을 알게 되면서 존재감과 이해심이 생겼고, 그런 감정들이 탱고 장면에서 불타오를 것 같았는데 아쉽게 끝냈다. 여행이라는 것은 낯선 사람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타인에게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진아와 재헌은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인연이다 보니까 한 번에 불타오르기 보다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것 같다.

-'새해전야'는 지난해 연말에 개봉을 하려고 했다가 개봉이 연기됐다. 연말에 개봉했다면 영화의 분위기와 더 어울렸을텐데 아쉬움은 없나.

▶우리나라 새해가 두 번이라서 너무 다행이다. 그때 개봉 날짜를 정하고 연말에 개봉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지나고 보니 때 개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설날이 한 번 더 있어서 좋고 감사한 타이밍이다.

-극중 진아처럼 여행에서 뜻하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진아 같은 로맨스는 없었지만 도움은 많이 받았다. 파리 배낭여행을 통해서 처음 유럽을 가봤다. 혼자서 무작정 갔다. 그런데 너무 겁이 났다. 영어도 안 되는 나라고.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비상시에 연락할 수 있는,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비상연락망을을 갖고 가는 거였다. 그 분이 내가 있는 동안 너무 잘 대해주셨다. 어떤 언니였는데 그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인연들, 사람들이 있었다. 너무 재밌었고 즐겁고 감사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분들과의 인연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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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야'에 이어 '새해전야'까지. '전야' 시리즈 두 편 모두에 출연했다. 두번째 시리즈를 찍으면서 첫번째와 달라진 것이 있었나.

▶내가 오히려 지금 '결혼전야'를 했으면 더 농익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그때는 20대였으니까 '새해전야'의 진아 역할을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내가 표현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새해전야' 촬영을 하고 나서 결혼하기 전에 '결혼전야'를 (남편과)같이 봤다. 너무 풋풋하고 전반적인 스토리 내용이 이해가 잘 되더라. 그때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오히려 다시 보니 이해가 됐다. 이제 와서 생각이 다르구나, 공감이 되는구나 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남편과 '결혼전야'를 보고 무슨 얘기를 했나. 남편은 평소 아내의 일을 서포트해주는 편인가.

▶개인적으로 서포트를 많이 해준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사회 전반을 잘 이해하는 분이어서 나에게 도움이 된다. '결혼전야'를 보고 나서 별 반응은 없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저때는 이랬구나, 이땐 이렇구나 하고 소감을 말하지는 않았다. 입을 다물고 혼자 생각했다.(웃음)

-결혼이라는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나니 어떤가.

▶20대를 지나 30대가 되고 결혼을 했다. 결혼은 인생에서 거쳐야 할 순간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결혼은 하나의 선택지가 됐으니까. 새로운 환경들이 설레기도 하지만 그 환경 덕분에 내 마음도 생각도 바뀐다. 오히려 나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편하고 안정감이 생긴다.

-결혼 생활을 이야기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되게 조심스럽다. 공인으로 오래 연기 생활을 했다. 우리 가족도 그렇고 나도 공과 사를 구분짓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친언니와 카페를 가더라도 저를 알아보는 것 때문에 친언니가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런 가족들을 생각해 보니 나의 사람, 나의 가족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다.

'새해전야' 스틸 컷 © 뉴스1'새해전야' 스틸 컷 © 뉴스1
-결혼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데뷔 때부터 19년간 몸 담아온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로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했다. 소속사를 이적한 것은 어떤 마음에서인가.

▶작년에 올해에 이어서 큰 변화들이 있었다. 소속사 이적은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어릴 때 나를 캐스팅해서 같이 걸어온 동료, 너무 고마운 분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분들도 내 판단을 존중해주셨다. 그런 게 감사했고,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하게 됐다. 새로운 출발로 인한 기분 좋은 설렘이 시작된 것 같다. 새로운 곳에 가서 많은 분들이 어떤 첫 작품을 하게 될지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데 고민스럽다. 제일 고민하는 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고 작품을 찾는 것인데, 아직은 찾지 못했다.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30대가 된 지금도 이연희는 여전히 첫사랑의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하나.

▶내 20대를 대변했던 수식어가 첫사랑이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30대가 돼서 어떤 모습, 어떤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다. 제일 중요한 건 그거다. 너무 화려한 새로운 모습보다 자연스럽게 내가 갖고 있는 것, 그것들을 장점화 시켜서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새해 바람이 있다면.

▶이제 코로나19가 종식이 돼서 일상 생활이 되면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어질수록 모두가 힘든 상황이 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끼면 슬픈 일인데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작은 것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감사하고 살아가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게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영화가 밝은 영화라서 문화 생활하시고 영화를 보시면서 위로도 많이 받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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