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애플카 안 끝났다?…"공시만으로 '완전무산' 보기 어려워"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2.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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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 사진제공=애플허브 인스타애플카 / 사진제공=애플허브 인스타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지난 8일 현대차와 기아가 공시를 통해 밝힌 이같은 입장에 국내 주식시장은 세차게 요동쳤다. 이날 하루 동안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8.65%, 14.98%씩 급락했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버리스, 현대위아의 주가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그간 침묵을 지켰던 현대차가 이례적으로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양측의 협력 가능성은 종지부를 찍었다는 관측이 우선 나온다. 하지만 공시상 언급 내용이나 애플카 생산을 위한 조건 등을 따져보면 재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애플 비밀주의에 현대차 "협의하고 있지 않다" 맞대응…하청업체 전락 우려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은 업계 및 시장에서 기정사실화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기아가 미국 조지아공장을 전초기지로 삼아 애플카 실제 생산을 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공식적인 협력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예상이 짙었다.

하지만 지난 5일 갑자기 제기된 중단설이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과 현대차와의 애플카 생산 협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공시가 나오면서 이같은 보도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협의 중단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다. 애플은 그간 상장사나 주요 고객 뿐만 아니라 협력사에도 엄격한 비밀주의계약(NDA) 준수를 강요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디스플레이 협력사였던 'GT어드반스드테크놀로지스'와 비밀유지 계약이 깨질때마다 건당 5000만달러(약 559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토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그간 현대차의 입장 발표가 애플과의 협력에 대한 간접적 시인으로 해석됐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가 앞서 밝힌 입장은 "다수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지만 결정된 바 없다"였다. 공시 규정에 따라 밝힌 입장일 뿐더러 애플과의 협력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아왔다.

그런만큼 현대차가 공시에서 애플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애플의 과도한 비밀주의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협상 주도권에 따라 애플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내부적 우려도 이같은 대응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시만으로는 완전 무산이라 보기 어려워…생산능력 감안하면 재협상 나설 가능성 충분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시만으로는 애플와의 협력 가능성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된 것인지 단순히 잠정 중단에 그친 것인지 공시 내용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을 진행하다가 현시점에서만 하지 않고 있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 역시 협상 중단을 보도하면서 완전한 결렬은 아니라고 전하기도 했다.

전기차가 아닌 자율주행차량이라고 언급한 점도 협상이 완전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협상 타결시 공시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현대차·기아 외에는 협력 관계를 가져나갈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재협상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수의 일본 완성차업체들과도 협상을 지속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현대차 만큼 전기차 기술력 및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외신에서도 현대차를 여전히 애플의 유력 협력사로 꼽고 있다. 9일 미국 IT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올해 상반기 중 애플카 협력사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라며 협업 후보로 현대차와 폭스바겐이 꼽힌다는 관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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