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굴려 8억 만든 개미…'좋은 기업' 찾으려 매일 했던 노력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2.1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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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만나다-다시보기③④] 20년차 개미들이 바라본 시장 "공부하면 된다" "공매도가 문제"

편집자주 2020년은 '동학개미'의 해였다. 코스피가 1400대까지 추락하자 매수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이 사실상 지수를 끌어올렸고, 이같은 상승 에너지 속에서 코스피는 멀게만 보였던 3000을 돌파했다. 개미는 더 이상 외국인과 기관의 힘에 눌리는 약자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개미. 나의 가족, 친구, 동료, 나 자신 모두 개미이거나 미래의 개미다. 다양한 얼굴의 개미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개미를 만나다-다시보기③] 20년차 직장인 주식투자자 박민수씨
20일 박민수씨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20일 박민수씨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0년과 올해초 동학개미운동 속 수많은 '슈퍼 개미'들이 등장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몇몇 유명 투자자를 제외하고 재야고수로 이름난 슈퍼 개미는 '알 사람만 아는' 정도였다.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슈퍼개미들은 유튜브·서적·팟캐스트 등에 당당히 등장한다. 예능 등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제도권 전문가들의 영향력을 뛰어넘는다. 인기 경제 유튜버의 구독자 수는 100만명을 넘는다.

이들이 인기 배경은 동학개미들의 자발적 학습이다. 증권사·판매사 등의 추천을 따르던 2007년 '펀드 열풍'과 달리 개미들은 이들 슈퍼 개미의 조언에 따라 투자 전략을 세우고 종목을 골랐다.



박민수(48)씨는 제도권 증권유관기관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하지만 직장인 개인투자자로 더 유명하다. 2018년 출간한 그의 저서 '마흔살에 시작하는 주식공부 5일 완성'은 주식 분야 베스트셀러다. 최근에는 유명 유튜브와 방송사 웹예능에도 출연했다.

제도권 금융업계 종사자이자 개인투자자인 그는 '2020 동학개미운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주식은 언제부터 입문하게 됐는지, 현재 투자 금액 규모는.


증권 유관기관에 일하면서 28세 때 주식 투자에 입문했다. 고시원 생활 등 힘든 서울살이를 겪으며 재테크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랜 기간 수익을 내지 못했다.

35세되던 명절 때 어머니가 묻더라. '넌 뭘 잘하니?'. 할 말이 없었다. 당시 개인연금 2000만원을 해지하고 주식에 넣었는데 종목이 상장폐지됐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기껏 돈 모아 아파트도 샀는데 반토막났다.

30대 중반까지는 인생 최대 목표가 회사에서의 성공이었다. 새벽 서너시 출근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경황이 없더라. 증권 유관기관에서 7~8년간 일했는데 나는 주식을 너무 모르더라.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증권사, 신문, 귀동냥으로 좋다고 들으면 샀다. 그때부터 뉴스를 분석하고 주식 서적을 읽으면서 종목을 스스로 분석했다.

36세때 3000만원으로 시작해 7년 후 8억원을 모아 아파트를 샀다. 현재는 바뀐 회사 정책 때문에 6000만원만 투자 중이다.

20일 박민수씨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20일 박민수씨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개인투자자로서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주식 열풍을 체감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8년 주식 관련 서적을 처음 출간했다. 그때 출판사 사장이 그러더라. 누가 주식 책을 돈 주고 사서 보냐고. 주식 책은 부동산 책 낼 때 구색 맞추기로 있는 용도라고.

당시 제가 낸 책이 주식 베스트셀러 1위였는데 재테크 서적 상위 20위 안에 간신히 들었다. 20위 가운데 15개는 부동산 서적이 차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식 책이 전체 책 판매 1위인 세상이 됐다. 책 판매량도 10배 가까이 늘었다. 예전에 사람 셋이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테슬라 샀냐', '삼성전자 얼마다' 이런 말을 한다. 유명 주식 유튜브 등에 몇번 출연했더니 아파트 단지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개인투자자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을 듯하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는지.

▶'저도 주식투자하면 선생님처럼 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공부'라고 답한다. 고3 수험생일 때 다들 4시간동안 코피 쏟아가면서 공부하지 않나. 왜 주식 공부는 그렇게 안 하나.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던 게 아니다. 공부하지 않고 내 생각 없이 남의 생각대로 투자할 때는 불안했다. 언제 팔아야 할 지 모르겠고 손해가 나면 조바심이 났다. 시세판도 너무 자주 봤다. 일할 때도 안절부절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불안이 이어졌다.

30대 중반인데 해놓은 건 없고 2000만원까지 잃었으니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노력도 안 하면서 일확천금만 꿈꿨다.

내 생각을 기르자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떻게 기르는지 모르겠더라. 이때 홍보실에 발령받은 점이 도움이 됐다.

홍보실을 가면 뉴스를 읽어야하지 않냐. 업무상 여러 뉴스를 살피다 보니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또 틈만 나면 서점에 가서 재테크 서적을 열심히 읽었다. 1년에 주식 책만 100권 넘게 읽었다.

이때부터 합리적인 생각을 시작했다. 일주일동안 한 종목만 붙잡고 뉴스를 찾아보고 다트(DART·전자공시시스템)를 보고 분석했다.

'내가 이 종목을 왜 꼭 사야하지?', '내가 못 본 악재가 있진 않을까?' '과연 이 주식은 매력적일까?' 등의 고민을 하게 됐다. 저는 손절매를 안 한다. 좋은 기업을 골라서 끝까지 버틴다. 그러려면 기업을 정말 잘 골라야 한다.

-공매도가 '뜨거운 감자'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매도는 급등한 종목에 소나기 역할을 한다. 적정 주가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이다. 다만 꼭 지금이어야 되느냐가 관건이다. 시점에 대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제약·바이오주가 특히 타격받지 않을까 싶다. 실적 대비 시가총액이 과한 기업, 주식 관련 사채 보유 기업, 대주주 담보대출이 많은 기업들에도 악재다.

그렇다고 해서 공매도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후진국이다. 선진국들이 다하고 있지 않나. 외국인의 주요 매매전략 가운데 하나가 공매도를 이용한 롱숏펀드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의 거래량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이 한없이 오른 이유가 있다. 선물옵션도 없고 공매도도 없기 때문이다. 방향 한 번 틀면 그 방향으로 쭉 가버리지 않나. 급등 이후에 심한 급락이 오게 돼 있다. 다만 공매도의 순기능에도 정책·시기적 판단은 필요하다고 본다.

-여의도 증권 유관기관 종사자로서 20년 넘게 일했다. 일반 개인투자자들과 괴리감을 느낄 때 있는지.



▶여의도의 업권 종사자들에 비해 보통 개인투자자들은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일부 바이오주가 임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급등하는 것을 보면 쏠림이 과도해 보인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일확천금을 노리고 쏠리는 듯하다.

불나방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블 주식을 살 거면 성장하는 버블을 사라. 전기차 산업과 연관된 2차전지같은 성장주, 정부 정책 지원이 기대되는 건설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 등이 대표적이다. 무작정 쏠려가는 것은 금물이다.

-개인투자자로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 관련 세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오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시작되는데 지난해와 올해 초 증시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증시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세제 혜택 등을 담은 세제우대상품도 많이 출시해서 증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교육 인프라 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학교에서 상경계열 전공을 해도 주식투자는 모른다. 제가 대학원에서 선물옵션과 재무관리를 공부했는데도 실무와 학문은 다르더라.

성교육과 비슷한 느낌이다. 금기시하면서 '주식은 할 게 못 돼', '도박이다' 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단 가르쳐주고 할지 말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해야 한다. 가르쳐주지 않으면 오히려 비뚤어지게 간다.

재테크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 과목에 경제 원리 등 학문적인 내용만 있지 않나. 세상이 변했는데 교육은 아직도 예전 방식에 머물러있다.

[개미를 만나다-다시보기④]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요즘 국내외 증시의 뜨거운 감자는 '공매도'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 끝에 공매도 재개는 오는 5월로 미뤄졌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타겟이 된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헤지펀드가 수조원대 손실을 보는 등 '공매도 전쟁'까지 벌어졌다.

공매도가 올해 유독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증시 열풍도 한몫한다. 증시 호황으로 신규 주식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며 '공매도'는 새내기 대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이야기하는 국민적인 화제가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격발견 등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해 여러 차례 말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개인투자자는 '개미는 공매도의 피해자, 기관·외국인은 공매도의 수혜자'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개인투자자 관련 단체 가운데 공매도에 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 대표를 만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만, 찬반이 첨예한 이슈인 만큼 논란이 될만한 사항은 반대 측 주장도 괄호 안에 함께 표시했다. 자료 등 원출처도 같은 방식으로 병기했다.

-언제부터 주식투자에 입문했나. 한투연 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
▶1989년 '국민주'로 불리던 한국전력을 사면서 주식을 처음 접하게 됐다. 그 이후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다가 1999년 무렵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한번은 지인이 소개해 준 한 종목을 '맹신'했다가 상장폐지까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16년 셀트리온 공매도와 관련해 쓴 글이 큰 관심을 받았고, 셀트리온 주주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해졌다. 결과적으로 그 일이 소액주주 운동과 한투연 활동까지 이어졌다.

한투연을 세우게 된 계기도 공매도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지닌 여러 문제점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가 공매도라고 봤다. 개인들끼리 힘을 모아 여러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투연 창립 대표를 맡게 됐다.

-현재 한투연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카페 회원은 2만3000명(1월 30일 기준) 정도다. 2019년 10월 창립총회 때는 15명이었다.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급성장했다.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적은 숫자는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보통 혼자 투자하고 집단으로 힘을 뭉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여기까지 오기 굉장히 힘들었다. 제가 삼프로TV 등 경제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졌고, 주식 유튜브 운영자들이 한투연 회원가입을 하라고 홍보해주는 일도 있었다.

동학개미운동도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마침 지난해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이러한 이슈와 관련해 한투연이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활동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개인투자자로서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주식 열풍을 체감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난해에는 소액주주 보호 운동에 매진하느라 투자자 활동은 전혀 못 했다. 특히 공매도 금지와 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 10억원 유지 등 목소리를 내며 관련 활동에 힘썼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시위와 집회를 70차례 넘게 했고, 신문광고도 10번 정도 집행했다.

지난해는 주식시장에서 만년 조연이던 개인들이 처음으로 주연급으로 격상된 해였다. 지난해 3월 코스피가 1400선까지 무너지며 주가 수준이 11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개인투자자의 지칠 줄 모르는 주식 사랑으로 3000선을 돌파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개인투자자도 뭉치면 하나의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한투연이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공매도 재개 여부 및 제도 개선과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두 차례 면담을 갖기도 했다. 장관급 인물이 일개 신생단체 대표를 불러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 해도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요즘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공매도'다.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재개를 반대한다. 최근 한양대 교수진이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3년간 공매도 일평균 수익금이 개인 신용대출보다 무려 39배나 많더라.('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 임은아 한양대 박사·전상경 경영대 교수, 2020.12.15)

39대 1을 100으로 환산하면 97.5대 2.5다. 공매도 거래가 100번 있다면 97.5번은 수익을 본다는 셈이니 승률이 97.5%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개인들은 아무리 잘해봤자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자금력이나 매매기법 등에서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부족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므로 기관과 개인의 승률이 5대5까진 아니더라도 6대4나 7대3이면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이 9대 1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은 과하다.

1년간 추가 금지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폐지할 수는 없으니 불공정한 시스템을 바꿔서 거의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놓은 다음 재개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는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지를 놓고 보면 글로벌 스탠다드가 우선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국내 주식투자자 상당수가 '공매도 때문에 못 살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민심이 맞는지 아닌지는 금융당국에서 입증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을 조사해서 한국처럼 신용거래 대비 공매도 수익률이 39배에 달하는 나라가 있는지, 아니면 2~3배에 그치는지 연구해야 한다. 조사 결과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비슷한 수익률 차이가 난다면 개인투자자 시각이 잘못됐다고 보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만 유독 높다면 국내 공매도 시스템부터 고친 다음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논하는 게 맞다. 단순 논리로 다른 나라가 하니까 우리나라도 해야 한다는 말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공매도 시스템에는 기관·외국인투자자를 위한 특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 중 하나가 상환기간이다. 개인이 대주를 할 경우 60일 만에 갚아야 한다.

그러나 기관은 주식 대차를 하면 6개월 상환기간이 있긴 하나, 6개월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개인에 비해 훨씬 공매도하기 유리한 상황이다.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상환기간이 다른 이유는 기관에는 '리콜조항'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매도 전문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콜조항은 주식을 빌려준 주체가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지금 당장 주식이 필요하니 상환해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라며 "기관의 대차거래는 100% 리콜 기반이지만, 개인 대주거래는 이렇게 설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거금 비율도 다르다. 개인은 140% 증거금을 내야 하지만, 기관·외국인은 105%로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개인 대비 증거금을 조금 내기 때문에 공매도를 더욱 많이 할 수 있다.

(개인과 기관 사이 신용도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황 연구위원은 "수조원대 자본금을 지닌 기관이 개인보다 상환할 능력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기관과 개인 간 신용도 차이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만큼 담보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허용된 시장조성자 공매도도 문제가 많다.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시장조성자 가운데 3개 증권사가 공매도 금지 기간에 불법 공매도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한국거래소 감리 결과 공매도 금지 기간동안 22개의 시장조성자 중 3개 시장조성자가 각각 20일, 8일, 1일에 걸쳐 불법공매도를 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한국거래소 종합검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공매도가 계속 금지된다면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헤지(위험회피) 할 수 있는 선물시장이 없다면 그 말이 100퍼센트 맞다. 그러나 공매도가 아닌 선물만으로도 얼마든지 현물시장을 헤지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외국계 헤지펀드가 보통 공매도를 많이 하는 세력인데,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단타와 수시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이러한 단기 자금은 국익에 크게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헤지펀드의 숏포지션이 많 다보면 공매도에 치우치게 되고,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장기자금까지 나가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외국인 장기자금이 많이 들어올수록 좋다. 기업과 동행해서 과실을 공유하는 일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 경우 외국에서는 '다른 나라는 이상 없이 하는데 왜 한국만 저러지?'라는 시각을 가질 수는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동의한다.

이건 금융당국이 설득시켜야 하는 문제다. 당국에서 '일시적인 현상인데 정부가 나서서 안정화시킬 테니 기다려달라'는 액션을 취해서 좋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증시 뉴스 등을 보면서 증시 전문가와 개인투자자 사이 괴리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많다. 중립적인 전문가가 많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이 대부분 증권사나 금융투자업계 출신인데 이들 대부분이 기관 입장에 편향된 의견이 많다고 본다. 개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문가가 언론에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앞으로는 균형을 맞춰서 개인의 시각을 다룬 전문가 의견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개인투자자로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최저 수준이지만, 금융 부분으로 눈을 돌리면 '금융 문맹'인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지식 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최근 유튜브 활성화로 나아졌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오죽하면 한투연이 종목 추천해주는 곳인 줄 알고 대뜸 전화해서 '1000만원 있는데 무슨 종목 사면 좋을지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더라.

정부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기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갖춰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금융 과목을 교육과정에 넣어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교육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금융위원회와 박용진 의원실에 이미 요청한 사항이긴 한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으면 한다. 주식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정도라면 정부가 신경을 써야할 수준이라고 본다.

또 금융당국에서 과거 상장폐지 기업 사례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으면 한다. 역사는 반복되는만큼 과거로부터 배우고 거울삼아 소액주주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본다. 상폐 원인을 10~20개 정도로 분류해서 무엇을 조심하고 개선해야 할지 안다면 상폐 기업 수도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한투연의 계획이 있다면.
▶미국에는 AAII(전미개인투자자협회)라는 단체가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1978년에 설립된 단체로, 회원 규모는 16만명인데 전원 회비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련 단체가 전무하다가 2019년 말에야 한투연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제대로 된 활동을 하려면 외연 확대를 통해 조직을 키워나가야 한다.

현재 전미개인투자자협회 홈페이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회원이 번역작업을 진행 중이다. 모두 참고할 수는 없더라도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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