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박 상무는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10% 지분을 들고 있는 박 상무의 기권은 사실상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부동의 의사 표시였던 셈이다. 이미 둘 사이의 관계가 순탄지 않은 기류가 2년 전에 이미 가시화됐던 것이다.
승진에서 밀려난 대 데한 반감, 본인이 첫 경영 수업을 받았던 아시아나항공 경영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데 대한 실망감의 표출, 10년 전 '형제의 난' 당시 박 상무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편에 섰던 이력 등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됐지만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정설'로 확인된 것은 없다.
박 상무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분 10%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본인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거나 혹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같은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다"며 "현재까지 나온 사실들만으로 이번 사안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여부는 알기 어려워 보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단순 주주제안이 끝?…이사진 추천은 경영권 분쟁 '암시'일수도'대주주에 합당한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 박 상무의 요구사항의 전부일지 혹은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향해갈지도 시장의 궁금증 중 하나다.
박 상무 측 법률 대리를 맡은 KL파트너스 측은 지난달 말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동보유관계) 공시 내용 그대로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었다.
업계에 따르면 박 상무는 배당확대,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사외이사·감사 추천 등 요구를 회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 추천은 그동안 회사가 내린 결정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거나 향후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 금호석화 사내이사는 박 회장과 문동준 금호석화 대표이사,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 등 총 세 명이다. 이 중 문 대표이사의 임기가 올해까지다.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장명기 이사, 정운오 이사, 이휘성 이사, 송옥렬 이사 등 네 명 임기가 올해 마무리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내·외 이사진을 직접 추천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금호석화를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확대 요구, 회사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나…금호석화의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부분은 배당확대 요구다. 단기 차익실현을 노리는 사모펀드와 같은 주주라면 나쁠 것이 없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축적이나 사이클을 타는 업종임을 감안한다면 단기 현금 배당확대가 능사는 아닐 수 있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에서 총 3000억원 수준의 연간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결산 기준 금호석화의 배당금은 총 409억원이었다. 보통주 1주당 1500원의 배당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당 1만1000원 수준으로 배당을 늘려달란 요구다.
2019년 당시 당기순이익은 2940억원으로 배당성향 약 14%였다. 2020년 당기순이익이 582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박 상무의 요구를 수용시 배당성향은 50% 이상으로 확 높아진다. 아울러 배당금 규모만 2019년 당기순이익 전체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회사 측은 이같은 요구에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재무제표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배당 등 박 상무의 주주제안은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3월에 있을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를 3월 초에 열게 돼 이 자리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야경/사진=머니투데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