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주크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는 2014년 VR(가상현실)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커버그 확신과 달리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2조 5000억원을 들여 시장성도 없는 VR 기기를 인수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7년 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선보이자 평가가 달라졌다. 초기 VR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 쥐었다는 것이다.
오큘러스 인수는 미래 플랫폼에 대한 투자
그렇다면 저커버그는 당시 왜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일까. 답은 넥스트 페이스북에 있었다. 2012년 상장 당시 페이스북의 가장 큰 고민은 모바일이었다. IT기기가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페이스북 주가는 한때 IPO(상장)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페이스북은 PC에선 세계 최고 소셜미디어로 군림했지만 모바일에선 애플의 부상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했다.
페이스북으로서는 텍스트와 2D기반의 소셜을 음성과 3D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 VR기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소셜서비스 이용자들은 시청각을 모두 활용하는 네트워킹에 주목하게될 것이고 이는 VR을 통해 구현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의 음성기반 SNS 클럽하우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저커버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오큘러스에는 스페이셜이나 빅스크린 같은 상호작용서비스들이 즐비하다.
VR 생태계 조성까지 7년
오큘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실제 일본 소니의 경우 VR헤드셋인 PS VR을 500만대 이상 판매했고 삼성전자의 기어 VR도 그 이상이 보급됐다. 하지만 소니는 자사 게임 콘솔 PS4(플레이스테이션4)를 위한 보조기기 성격으로 VR헤드셋을 내놨다. 삼성전자 기어 VR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주변 기기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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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페이스북은 달랐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따르면, 페이스북 VR 플랫폼에서 6개 기업이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00만 달러 매출을 기준으로 60곳이다. 전작인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리프트S', '오큘러스 고', '오큘러스 퀘스트'와 '오큘러스 퀘스트2'를 합해 글로벌 판매량은 아직 500만대를 밑돌지만 협력 기업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VR 성적표는 충분히 고무적이지만 이제 막 꽃망울을 틔운 수준"이라며 "오큘러스 퀘스트 2가 세계적 흥행을 이어가는 만큼 다음 분기 실적 발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