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다음은 VR"…현실이 된 7년前 저커버그의 공언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1.02.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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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VR 1000만 시대, 가상현실 세계 진짜 열릴까] ③

편집자주 페이스북이 출시한 VR(가상현실)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전세계 VR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가격장벽을 낮추고 성능을 대폭 개선하면서 올해 1000만대 판매 전망이 나온다. 이에 자극받은 애플과 삼성 역시 VR기기 출시를 추진중이어서 VR시장 주도권 경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일상화한 가운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VR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짚어본다.

마크 주크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마크 주크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다. 내일의 플랫폼을 준비할 때가 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는 2014년 VR(가상현실)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커버그 확신과 달리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2조 5000억원을 들여 시장성도 없는 VR 기기를 인수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7년 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선보이자 평가가 달라졌다. 초기 VR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 쥐었다는 것이다.

오큘러스 인수는 미래 플랫폼에 대한 투자
그렇다면 저커버그는 당시 왜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일까. 답은 넥스트 페이스북에 있었다. 2012년 상장 당시 페이스북의 가장 큰 고민은 모바일이었다. IT기기가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페이스북 주가는 한때 IPO(상장)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페이스북은 PC에선 세계 최고 소셜미디어로 군림했지만 모바일에선 애플의 부상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했다.



저커버그가 모바일을 넘어서는 미래 플랫폼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후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에 적극 대응해 페이스북 역시 모바일 매출과 이용자 수가 모두 PC를 크게 넘어섰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멈추지 않았다. VR을 '차기 플랫폼'으로 점찍고 오큘러스를 전격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페이스북으로서는 텍스트와 2D기반의 소셜을 음성과 3D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 VR기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소셜서비스 이용자들은 시청각을 모두 활용하는 네트워킹에 주목하게될 것이고 이는 VR을 통해 구현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의 음성기반 SNS 클럽하우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저커버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오큘러스에는 스페이셜이나 빅스크린 같은 상호작용서비스들이 즐비하다.



저커버그는 오큘러스 인수 배경에 대해 "미래 컴퓨팅을 염두에 둔 장기 투자"라며 "가장 뛰어난 소셜 플랫폼을 만들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빠르면 5년, 10~15년 사이에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VR 생태계 조성까지 7년
오큘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오큘러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페이스북이 VR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 7년간 쏟은 노력도 회자된다. 필수재인 스마트폰과 달리 VR기기는 서비스 생태계 구성이 여의치않다. 기기가 보급되야 콘텐츠도 팔수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기기만 판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소비자에게 입증해야한다.

실제 일본 소니의 경우 VR헤드셋인 PS VR을 500만대 이상 판매했고 삼성전자의 기어 VR도 그 이상이 보급됐다. 하지만 소니는 자사 게임 콘솔 PS4(플레이스테이션4)를 위한 보조기기 성격으로 VR헤드셋을 내놨다. 삼성전자 기어 VR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주변 기기에 그쳤다.


반면 페이스북은 달랐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따르면, 페이스북 VR 플랫폼에서 6개 기업이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00만 달러 매출을 기준으로 60곳이다. 전작인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리프트S', '오큘러스 고', '오큘러스 퀘스트'와 '오큘러스 퀘스트2'를 합해 글로벌 판매량은 아직 500만대를 밑돌지만 협력 기업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VR 성적표는 충분히 고무적이지만 이제 막 꽃망울을 틔운 수준"이라며 "오큘러스 퀘스트 2가 세계적 흥행을 이어가는 만큼 다음 분기 실적 발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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