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던 에틸렌…올해부터 '공급과잉' 되나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2.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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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


지난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효자 노릇을 했던 에틸렌이 올해부턴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국내외에서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NCC(나프타분해시설) 신증설이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공급이 늘어나면서 에틸렌 가격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은 연초보다 21% 떨어진 820달러를 기록했다. 에틸렌 가격은 지난해 4월 말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달 초 1035달러로 고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사고로 멈췄던 NCC들이 연초부터 재가동되면서 에틸렌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 반영됐다. 지난해엔 롯데케미칼 대산NCC과 LG화학 여수NCC, 여천NCC 등의 가동이 연말까지 멈췄다. 이 공장들의 생산량을 합하면 연간 330만톤에 달한다. 40만톤 생산능력을 갖춘 일본 화학사 이네오스도 공장을 멈췄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글로벌 주요 화학사들의 증설 속도가 둔화되면서 공급 부족이 이어졌다. 공급 부족으로 에틸렌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올해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약 3개월 간 가동이 중단됐던 LG화학 여수NCC는 지난달부터 가동을 재개해 100%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에틸렌 1위 생산업체로 여수NCC에선 연간 120만t(톤)의 에틸렌을 생산한다. 지난해 3월부터 멈춰 섰던 롯데케미칼 대산NCC도 연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대산NCC는 연간 11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한다.



올해부터 증설된 물량도 반영된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량은 1500만t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이 예고됐다. 국내 에틸렌 생산규모도 지난해 961만6000t에서 올해 1255만t으로 늘어난다. 여천NCC는 이미 지난달부터 증설된 물량에 대해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여천NCC의 에틸렌 생산량은 올해부터 기존 195만t에서 230만t으로 늘어난다.

LG화학은 여수NCC의 에틸렌 생산량을 80만t 늘렸다. 상반기 중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여수NCC의 총 생산량은 200만t이 된다. LG화학 대산NCC까지 포함하면 LG화학의 에틸렌 생산량은 330만t이다. 한화토탈도 NCC 증설을 상반기 내 완료한다. 생산량은 현재 140만t에서 155만t으로 확대된다.

현대오일뱅크도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완공 시 현대오일뱅크는 에틸렌 75만t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GS칼텍스도 올해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완공하면 에틸렌 7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앞다퉈 증설을 추진하면서 2024년엔 국내 에틸렌 생산량이 1415만t으로 47.2% 확대될 전망이다. 2019~2024년 동안 글로벌 증설 규모는 5900만t에 이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요 증가는 3800만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품 가격과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홍석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의 위협요인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증설로 인해 기초유분은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 세계적으로 상반기 450만t, 하반기 1050만t의 에틸렌 증설이 계획돼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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