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자구안 숙제' 푼 두산, 그룹 재건 시나리오는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2.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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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2 / 사진제공=없음박정원 두산그룹 회장2 / 사진제공=없음


두산그룹이 지난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3조원 마련 자구안이 마무리됐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캣을 주축으로 그룹 재건에 힘쓴다. 두산퓨얼셀과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두산로보틱스 등 계열사를 중심으론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1년 동안 계열사 및 자산 매각으로만 총 3조596억원가량의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 5일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매각하기에 앞서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모트롤BG(453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의 매각을 마무리했다.



3년 내 3조원을 갚겠다는 채권단과의 약속을 빠른 속도로 이행한 것이다. 그룹과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 마련 조건으로 3조원에 달하는 긴급 자금을 이끌어냈다. 수출입은행이 6000억원 상당 두산중공업 외화채권을 원화대출로 전환한 것까지 감안하면 당시 총 3조6000억원 상당의 자금수혈이었다.

두산重, 풍력·가스터빈·소형원전으로 회생…두산밥캣은 캐시카우
두산 해상풍력 / 사진제공=없음두산 해상풍력 / 사진제공=없음


채권단에 진 빚을 갚으면서 구조조정 작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두산은 그룹 재건에 힘쓸 일만 남았다. 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은 풍력,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에 주력한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후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의 첫 행보도 전남 신안군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투자협약식 참석이었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2030년까지 풍력발전 사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직·간접고용 1000명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매출 1조원으로 키우고, 태양광 등을 더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매출 비율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270㎿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서부발전과 김포열병합발전소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산중공업의 SMR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 경제성, 운용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후온난화 대응을 위한 탄소 감축의 주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고 수준의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SMR 개발사인 뉴스케일에 대한 지분투자로 글로벌 수주 역량을 강화했다.

그룹 내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산밥캣은 앞으로도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올해엔 북미 주택시장 호조와 딜러 재고 축적 수요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8% 증가한 4조5429억원, 영업이익은 20.2% 증가한 44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소·로봇·물류 신사업도 본격 성장
두산퓨얼셀 연료전지/사진제공=두산퓨얼셀두산퓨얼셀 연료전지/사진제공=두산퓨얼셀
국내 수소연료전지 1위 사업자 두산퓨얼셀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그룹 재건에 힘을 보탠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31% 높인 142MW(메가와트)로 설정했다. 영업이익은 300억원대 달성이 목표다. 내년부터 연료전지 발전 의무화 제도(HPS)가 시행되면 국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산퓨얼셀에 기회가 더 많아진다. 지난해 말 기준 생산능력은 90MW지만, 내년 4월 말까지 275MW 규모로 확대한다. 2023년까지 50MW 규모의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공장 신설도 완료한다.

수소드론, 로봇, 물류 등 신사업 성장도 본격화한다.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올해부터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을 맡아온 문홍성 사장에게 신사업부문장 업무를 맡겼다. 문 사장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두산로보틱스·두산로지틱스솔루션(DLS) 등 3개 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한다.

DMI는 자체 개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용 드론 시장에 진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점유율 1위 업체다. 전 세계 협동로봇 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DLS는 물류 프로세스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전반을 공급하는 물류 자동화 시스템 통합사업자(SI)다. 물류 시장 확대로 미래가 기대된다.

두산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은 거의 다 마무리됐다고 보면 된다"며 "그룹 전체로 보면 풍력, 수소연료전지, 밥캣을 중심으로 재건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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