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매출 뻥튀기'…유독 분식회계 유혹 큰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근희 기자 2021.02.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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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2020.12.3/뉴스1(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2020.12.3/뉴스1


씨젠 (22,100원 ▲200 +0.91%) 등 4개 회사가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유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회계 불투명 문제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전반적인 노력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 따라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일부 업체가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9년6개월간 과대계상한 사실이 드러난 진단키트 업체 씨젠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지정 3년 등 징계를 조치했다. 에스마크는 종속회사 투자주식 과대계상 등 이유로 검찰고발 조치를 받았다.

진단 대표 씨젠 회계 부정…"바이오 회계 불투명 여전" 지적도
씨젠은 코로나19(COVID-19) 확산 국면에서 진단키트 기술력으로 주목받은 국내 대표 진단 기업이다. 시가총액 4조원을 넘는 코스닥 시장 대표 종목 중 하나다.



9일 씨젠은 증선위 제재 결정에 대해 "증선위 처분 결정은 과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관리 부분의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씨젠은 2019년 3분기에 이 처분 결정과 관련한 과거 모든 회계 관련 사항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회계 업계에선 국내 바이오 산업에 속한 중소 규모 업체의 경우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바이오 기업의 경우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막대한 R&D(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한데다 단기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경우가 있어 회계 부정 욕구에 노출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또 회계상 연구비용 계상 문제, 비교적 부족한 현금 흐름, 자회사를 비롯한 내부 관계자와 거래, 매출 인식 등에서 다른 산업보다 복잡한 측면도 있다.

진단 분야의 경우 매출 인식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개별 기업 사이에서 일부 혼란이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바이오 기업 중 밀어내기 형태로 매출을 과다하게 인식하거나 분식회계 유혹을 느끼는 회사가 여럿 있다"며 "특히 목적이 있는 경우 더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회계사는 "실적에 대해 주위의 압박이 있거나,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를 준비하거나 투자를 유치 할 때 회계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며 "바이오 회계 관행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회사가 많은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회계 부정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현금흐름이 원할하다면 회계에 손댈 이유가 없다"며 "여전히 일부 바이오 업체가 회계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회계 투명성, 산업 성장과 함께 많이 개선됐다"
반면 일부 기업의 사례를 산업 전체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 바이오 산업의 성장, 업계 전반적인 회계 경험 증대 및 자발적인 자정 노력, 금융당국의 감시 및 관리감독 강화 등으로 회계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바이오 업체 회계 문제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특히 연구비 관련 계상 문제는 앞서 금융감독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매출 관련된 부분에선 미진한 점이 있다"며 "조선업체나 결혼정보업체는 가이드라인이 있어 명확한데, 진단의 경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진단키트는 나갔고 검체가 들어오면 시약을 사야 하니 매출에 반영하는경우가 있는데, 요즘 회계법인에선 매출로 잡지 못하게 한다"며 "진단 쪽 매출 인식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각 회사마다 진단키트 매출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측면이 있는데 이제 영세한 업체들도 회계 원칙에 맞춰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계 전문가는 "금감원이 2017년 회계기획감리실을 신설하고 상장회사 회계실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노력으로 바이오뿐 아니라 많은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개선됐다"며 "바이오는 산업 초기 단계에서 회계에 취약한 특성이 두드러지기도 했고 단기 성과에 대한 부담으로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다만 바이오의 회계는 그동안 애매한 측면이 많은 영역이었고, 임상 개발 단계나 과정에 따라 연구비용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며 "회계 부정의 경우 무엇보다 경영자의 인식이 중요한데, 국내 바이오 산업이 많이 성장하고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과거 씨젠이 회계 부분에서 매출을 과도하게 계상한 것은 안타깝다"며 "앞으로 씨젠을 비롯한 바이오 업체 모두 투명하게 회계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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