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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의 진화 '과학기술 CSR'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1.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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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CSR]

ESG의 진화 '과학기술 CSR'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이윤을 많이 내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곳이 좋은 기업이었다.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모였다.

하지만 이제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바뀌었다.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환경오염, 양극화 등의 문제를 등한시하는 기업은 외면받기 시작했다.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가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올랐다.

ESG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최근 CSR은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동안 CSR은 기업이 비즈니스를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임직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CSR은 기업이 가진 과학기술 자원을 활용한 탄소중립이라든가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기업이 하는 '재능기부'인 셈이다.

세계는 지금 '과학기술 CSR' 확산 중
CSR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지면서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교육, 의료, 농업 생산성 증대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과학기술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조율래)에 따르면 스페인의 인프라 기업 페로비알 SA는 '오리엔타-T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 전역 13~17세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젠더 격차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본 광학기업 코니카 미놀타는 중고등학교로 임직원이 직접 찾아가 복사기 작동원리를 알려주는 교육을 실시했으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49개 학교, 4000여 명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

IT(정보기술)·네트워크 기업 시스코는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해 의료 취약 지역을 돕는 활동을 전개했다. 시스코는 '디지털 기술 아이디어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대상작으로 선정된 '임산부 원격 진단 시스템'을 실제로 구현해 인도의 800여 개 마을, 3만 5000여 명 임산부에게 전달했다.

글로벌 전자·의료기기 기업 필립스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아쇼카 재단을 도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CSR 활동을 펼쳤고,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 SAP는 120여 명의 직원이 비영리 기관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개선해 주는 활동을 진행했다.

제약회사 애봇레버러토리는 영양분 개선 쌀을 개발하고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지원했다. 인도에서는 3억 명에게 쌀을 제공했고, 멕시코에서는 쌀 지원으로 여성 빈혈 발생률을 80%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인재 키우고, 산업 육성하고…과학기술 CSR의 효과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형태로 과학기술 CSR을 실천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 CSR을 △인재 양성형 △문화 확산형 △산업 육성형 △사회문제 해결형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인재 양성형은 기업이 임직원 전문성을 기반으로 학교, 농어촌 지역 등에 관련 교육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역 사회 전문 강사와 연계해 소외 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IT(정보통신) 교육과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지역 청소년 복지시설에 컴퓨터, 빔프로젝터 등의 기기를 전달하고 노후 공간 리모델링을 지원했다. 에너지 기업 JB는 충남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친환경 에너지 교육과 키트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문화 확산형은 기업이 보유한 양질의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해 사회 전반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는 CSR이다. LG유플러스는 멸종 위기 동물 5종에 대해 사진전과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체험관을 운영했고, 넷마블은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아카데미를 운영해 게임 개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 육성형은 연구 성과를 중소기업 등에 공유해 관련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으로,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DGB금융지주, 교보생명, 미래에셋대우 등은 핀테크, 디지털 혁신 관련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 SK텔레콤도 관련 분야 스타트업, 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한다.

사회문제 해결형은 기업의 기술, 상품을 활용해 취약 계층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활동이다. OCI는 체험학습을 통해 초등학생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태양광 발전에서 생긴 전기로 학교 전기 요금을 절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기업·정부·시민사회 함께 하는 과학기술 CSR 장 마련
다양한 과학기술 CSR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 기업들이 각자 진행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노력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 문제가 점차 다층적, 복합적으로 변하면서 개별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 CSR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 CSR 촉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 맞춤형 과학기술 CSR 컨설팅 지원, 우수사례 발굴 확산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각 기업 CSR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어 정보를 나누고, 과학기술 CSR 활동 확대를 위한 지원 체계 구축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단순 기부나 자선 활동 위주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CSR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 비영리 민간단체, 전문 파트너 기관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공공은 과학기술 CSR 활동 주체 간 교류와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과학기술 CSR 비즈니스 매칭데이를 운영하고 전담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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