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 사진제공=농심
5일 농심은 다음달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신 회장이 빠진 자리는 이영진 부사장이 새롭게 합류한다. 신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16일까지다.
농심2014리뉴얼신라면 / 사진제공=오승주
농심예전새우깡 / 사진제공=오승주
신 회장을 수식하는 또 다른 말은 '작명의 달인'이다. 성공한 라면 이름 뿐 아니라 '새우깡', '백산수' 등 농심 제품 대부분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특히 새우깡은 막내딸의 발음에서 착안해 아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깡을 붙여 시리즈로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깡 신드롬이 분 것도 이런 네이밍이 작용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상품이 어떻게 인식되느냐가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으로 보고 관련 사안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세요'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같은 광고 카피가 대표적인 그의 아이디어다. 신 회장이 이런 부분까지 살뜰히 챙기다보니 농심의 광고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농심기획 대표 자리는 내부에서는 가장 힘든 자리로 인식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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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워낙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농심의 광고 기획 실무자들의 고충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배경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엄수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헌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아이러니하게도 신 회장이 형과 갈라선 계기는 지금의 농심을 있게 한 라면사업 때문이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신 명예회장을 돕다 국내에서 라면사업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형에게 전했다. 이 때 신 명예회장은 "아직 이르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신 회장이 고집을 꺾지 않자 신 명예회장은 "롯데 사명을 쓰지말라"고 엄포를 놨고, 결국 롯데공업은 지금의 농심으로 사명이 바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왕래를 끊었고 제사도 따로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월 신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신 회장의 조문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고령이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어 극적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끝내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빈소를 지켰지만 신 회장은 형과의 앙금을 마지막에도 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