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작년 역대최고 11조 풀었는데…올해 21조 푼다?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1.02.0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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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작년 역대최고 11조 풀었는데…올해 21조 푼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량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고채 '직매입'이 아니더라도 이미 지난해 한은이 국고채 매입량을 역대최대치로 높인 상태인 만큼 '부채의 화폐화'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채 매입규모는 지난해 11조원으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치 매입량(28조1000억원)의 39.1%를 기록했다. 4년에 걸쳐 매입할 국채를 지난해 한번에 매입했다는 의미다. 연간 GDP대비 매입규모는 0.58%로 10년 평균(0.18%)보다 0.4%포인트 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감안하면 한은의 국고채 매입규모가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지난해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정해 경기위축을 막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국고채 보유잔액은 2조3000억달러에서 4조7000억 달러로 늘었고 일본도 481조엔에서 535조엔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다. 정치권이 연초부터 추경을 언급하면서 대규모 국채발행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안이 2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 예비비가 3조8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국채발행량은 약 16조~26조원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 경우 한은의 올해 국고채 매입량은 18조~22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국고채 매입비중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하고 추경으로 20~30조원의 국고채가 추가 발행된다면 지난해보다 7~11조원정도를 추가 매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내년 21조 매입한다면…"집값버블, 양극화 우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의 한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의 한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은이 지난해보다 약 2배 늘어난 21조원의 국채를 매입할 경우 '부채의 화폐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동성 흡수가 없는 한은 매입으로 재정을 풀게 돼 통화가치 급락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국채발행량의 64%를 중앙은행이 매입해 재정을 조달했다가 통화가치 하락, 외국인 자본 이탈 등 부작용을 겪었다. 이런상황에서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 백신 부작용 발생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올해 또 한번 위기가 닥칠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지는 위기대응을 위해 한은이 적절한 수준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더이상 국채발행량을 늘릴 경우 인플레이션이나 환율 급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값·주식가격 등 자산시장의 과열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의 화폐화가 본격화되면 통화량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며 "지금도 과잉 유동성 자산시장 버블 우려가 발생하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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