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정치 인생에 3번 있었던 "도대체 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사민 기자 2021.02.07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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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①무상급식 ②2016년 총선 ③v=vip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에서 용산경제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2021.2.4/뉴스1(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에서 용산경제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2021.2.4/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또다시 위기의 남자가 됐다. 섣불리 던진 이른바 'v=vip 공식'으로 인해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정치인으로 화려한 이미지와 경력을 갖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선택'에 의해 발목 잡혀 온 그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오세훈의 궤적'이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보수의 귀공자 오세훈
오 후보는 '스타 변호사' 출신이다. 180cm라는 큰 키, 수려한 외모, 깔끔한 이미지에 화려한 언변까지 더해 1990년대부터 방송가에서 인기를 얻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남성 정장 및 정수기 광고모델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 국회의원이 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깔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보수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6년에는 최연소 서울시장에 오르며 '보수의 미래' 격이 됐다.



정수기 광고도 찍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정수기 광고도 찍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승리,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궤적이었다. 적어도 2011년이 오기 전까지는.

무상급식 이슈에 홍준표 "오세훈은 끝났다"
2011년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자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 후보는 강력 반발했다. 무상급식에 반대한 오 후보는 당시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주민투표 투표율이 고작 25.7%에 머물렀다. 개표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치권 인사들은,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오 후보의 선택을 두고 "도대체 왜?"라고 의문부호를 붙였다. 서울시장 직을 거는 도박을 벌일 일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투표 강행, 주민투표율과 서울시장 직의 연계, 그리고 사퇴 시점까지 당과 조율하지 않고 홀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으로 사퇴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3, 34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이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서울=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으로 사퇴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3, 34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이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무모한 행동을 했었는지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말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2011년 당시 그는 오 후보의 주민투표 강행과 관련해 "사실 답답하다. 저질러 버렸다"고 표현했다. 오 후보가 당과 교감 없이 서울시장에서 즉각 사퇴했을 때는 "오세훈은 오늘로 끝난 것"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이후 서울시장을 빼앗긴 보수야당은 10년 동안 그 자리를 되찾아 오지 못하고 있다. 오 후보 역시 본인을 둘러싼 '대세론'을 상실했다. 서울시장 직에 걸맞지 않은 가벼운 모습만 보여줬다는 평가만 남았다.

스스로 걷어찬 재기의 기회..2016년 총선
와신상담하던 오 후보에게 재기의 기회가 5년 뒤 찾아왔다. 2016년 4·13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지역구에 공천돼 정세균 현 국무총리와 맞붙은 것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분당을 거치는 등 휘청이던 상황이었다.

선거 이전만 해도 오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20대 총선을 3주 앞둔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정 총리보다 약 20%포인트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관록의 정 총리라 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3주 뒤 투표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정 총리는 52.6%의 득표율로 오 후보(39.7%)를 압도했다.

당시 서울 선거 상황에 정통한 여당 인사는 오 후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 후보가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서울 다른 지역에 지원 유세를 다녔었다"며 "정 총리는 오 후보가 종로를 비우던 때에 착실하게 지역 밀착형 유세를 해 역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시장에서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오세훈 후보(종로)가 시민들에게 거리유세를 한 뒤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2016.04.11.【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시장에서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오세훈 후보(종로)가 시민들에게 거리유세를 한 뒤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2016.04.11.
오 후보의 결정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은 또 다시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달았다. '정치 1번지'의 무게감, 5년 만에 확보한 재기의 기회 등을 생각했을 때 종로 당선에 올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대권 주자로서 포석을 깔기 위해 타 지역구 지원유세를 다닌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왔다.

서울시장 탈환전...이번에는 'v=vip'
오 후보는 2021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서울시장과 관련한 일종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맺은 사람이 푼다)'격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에게 찾아온 3번째 기회인 셈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서기도 전에 "도대체 왜?"가 다시 터졌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불거지자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련 문건 파일 이름에 이니셜 'v'가 붙어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v'가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의 약자라고 주장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북한 원전 건설 추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자살골이었다. 공무원들이나 회사원들이 'version'의 의미로 파일명에 'v'를 다는 것은 기본 상식과도 같은데, 오 전 시장이 섣불리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다. 이슈 선점을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곧바로 '유감' 표명을 하고 한 발 물러섰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뉴스1(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뉴스1
정치권에는 "정치인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 희화화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결코 비웃음 거리가 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오 후보의 'v' 발언은 이미 희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온갖 드립(애드리브)의 소재로 소비된다. "컴퓨터 파일 한 번 안 만져본 정치인"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더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직을 탈환하려면 같은 당의 나경원 예비후보 등과의 승부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고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 등과의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가 놀라운 내공을 발휘하며 'v=vip'의 악재를 뚫고 서울시장 직에 오른다면 그동안의 실수를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그에게 네 번째 기회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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