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팀 통째로 모십니다" 스타트업 경력이 취업 스펙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2.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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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를 찾은 군 장병들이 채용설명회를 듣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를 찾은 군 장병들이 채용설명회를 듣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 스타트업 A사는 지난해 네이버의 영상앱 자회사 스노우에 인수됐다. 창업팀 인력은 모두 스노우의 신사업 부서에 배치됐다. VR·AR 기술 기반 콘텐츠 개발에 특화된 인력을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충분히 검증된 인력을 새로 영입하는데 걸리는 비용·시간을 생각하면 완성된 창업팀을 인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출신 경력자뿐 아니라 대표부터 막내 개발자까지 팀을 통째로 영입하는 '탤런트 어쿼지션(Talent Acquisition)'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잠재 능력 있는 스타트업 창업팀을 통째로 흡수한다는 의미다. 인수한 기업의 현재 가치보다 인재들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인 ‘애크하이어'(acqhire)로도 불린다.



지난해 네이버웹툰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닷두(V.DO)를 인수했다. 비닷두는 서울대 석·박사 출신 창업자들이 설립한 컴퓨터 비전 분야 스타트업이다. 비낫두 인력들은 현재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쏘카는 2019년 위치측정기술 스타트업 '폴라리언트'를 약 30억원에 인수했다. 폴라리언트는 실내에서도 정밀위치 측정이 가능한 '편광'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위성항법시스템(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정밀한 위치 측정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쏘카가 인수한 브이씨앤씨(VCNC)도 대표적인 애크하이어 사례다. 커플 앱(애플리케이션) 비트윈을 개발했던 VCNC는 쏘카에 인수된 이후 타다 서비스 개발·운영을 맡았다.

대기업 입사부터 스타트업 재창업까지
전문적인 개발 능력뿐 아니라 창업 경험 자체를 높게 평가받기도 한다. 3년 전 대기업에 입사한 B씨는 한 때 스타트업 대표였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날씨 예측 등 기상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B씨는 "합격 후에 동기들보다 나이도 많고 취업 '스펙'도 부족했지만, 스타트업 경험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 내에서도 실패했던 스타트업 창업자를 채용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 국내 대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는 기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영입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기획하는 프로젝트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진행 중이다.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신사업을 기획하고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사운들리의 공동창업자 김현철 이사는 현재 퓨처플레이에 영입, 식음료(F&B) 스타트업 퓨처키친 사업을 이끌고 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실패를 경험했던 창업자들은 실무부터 경영까지 모든 영역을 해봤기 때문에 회사 경영자와 실무자의 마음을 모두 잘 이해하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해당 사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려는 절박함은 여느 창업자들보다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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