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성과급 논란이 곱지 않은 이유[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02.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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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에서 간부를 지낸 한 지인과의 저녁 자리에서 'SK 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 성과급'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 지인은 기본급이 최저시급도 안되는 9급 공무원인 아내의 초봉(기본급 월 164만 2800원)과 최근 대기업 성과급 논란을 예로 들며 '감사(고마움)의 상대성이론'을 펼쳤다. 그는 "세상의 모든 감사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은 전혀 받지 못한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면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200만원을 받을 때 자신이 150만원만 받으면 감사보다는 오히려 불만과 비난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이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는 사라지고 불만이 늘어나는 것은 '감사의 상대성 이론'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대기업에 다닐 때는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고 감사해야 할 상황이었는지 몰랐는데, 퇴근 시간은 자신보다 더 늦은데 최저시급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아내를 보고 놀랐다는 얘기다.

그나마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위안 삼고 각종 수당과 세금감면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 공무원과 달리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이번 대기업 성과급 논란을 보며 '배부른 자들의 몽니' 정도로 이해하는 이유다.

'더 받고도 고마움을 모르는' 감사의 상대성 이론의 밑바탕에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인 '공정성' DNA가 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것 못 참는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번 성과급 논란도 대가의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일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재작년보다 작년의 이익이 두 배임에도 성과급 규모가 같고,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보다 절반 비율인 성과급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가진 듯하다.

그런데 이 '공정이라는 놈'이 사실 얄궂다. 어긋남 없는 중용이어야 하는데 항상 자기 쪽에서 볼 때 공정해야 공정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렇다보니 사실관계를 잊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SK하이닉스를 예로 보자. 2020년 실적을 기반으로 연봉의 20%(본봉의 4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올해 지급했다. 실적이 좋았으니 당연히 지급할 명분이 된다.

문제는 2019년에는 목표에 미달해 작년에 PS(초과이익분배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지급하지 않아도 됐는데 다른 명목의 돈을 지급하면서 후폭풍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미래성장 특별 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연봉의 20%를 지급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인간의 뇌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은 저장하고, 불리한 기억은 지우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선의를 잊고, 지난해보다 2배의 이익을 올렸으니 지난해보다 2배는 더 달라고 하는 것은 PS 지급의 룰에도 어긋난다. 공정의 룰이란 정해진데 따르는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47% PS를 받았는데, 우리는 20% 밖에 안되는 것은 불공정하자는 일부의 주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작년에 약 19조원을 벌었고, SK하이닉스는 5조원을 버는데 그쳤다. 당연히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내부조차 PS율이 다른데, 남의 회사와 같아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그 외에 노조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했다는 주장은 성과급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성과급은 통상 지급하는 통상임금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주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와 협의할 대상이 아니다. 경제적가치(EVA)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EVA에는 기업의 당해연도 투자 계획 등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어 어느 기업도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EVA 기준을 공개한 적은 없다.

이런 모습을 보는 협력사나 자영업자들은 "대기업 직원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이 더 큰 문제인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일원으로서 주변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매몰된 "대기업 근로자의 몽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은 자신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고, 직군 등의 차이에 따른 격차가 존재한다. 당연히 노동의 가치에 따른 대가는 주어져야 하고, 충분히 불만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한 목소리가 아닌 논리적인 목소리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정부의 지원금만 바라보는 많은 자영업자와 실업자들에게 '성과급 논란'은 배부른 아우성으로 비쳐 상대적 박탈감만 조장한다. 논리가 빠진 이런 행동은 사회 전체를 위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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