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공평동 하나투어 본사. 하나투어는 지난 2일 시티코어디엠씨에 해당 건물의 보유 지분을 940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사진=하나투어
'C-쇼크' 2020, 매출보다 손실이 더 커
국내 최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지난해 패키지(PKG) 모객 실적. 2018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사업인 패키지(PKG) 여행을 비롯, 여행사업 전반이 '셧다운' 되며 고꾸라졌다. 지난해 2월부터 각국 여행 규제가 지속되며 △상용(비즈니스) △공용(공무) △유학·연수 △기타(나머지+승무원) 등을 제외하고 여행 목적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단순 관광 수요가 '제로(0)'에 수렴했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투어의 패키지(PKG)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1.2% 줄어든 24만1434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단순 관광목적은 전무했다. 2019년 3월 한 달에만 26만9687명을 해외로 보냈단 점에서 연간 송객 실적이 평년 비수기에도 못 미치는 결과는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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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도 팔고, 인력도 감축…"군살 빼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투어 대리점 매장이 휴점한 모습. /사진=뉴스1
하나투어는 지난해 투어팁스·하나티앤미디어·에이치엔티마케팅 등의 청산을 완료했고 월디스투어 등 자회사 상당수를 정리하고 있다. 30여개의 달했던 해외법인도 중국·베트남 등 주요 지사를 제외하고 절반 이상을 청산했다. 특히 2015년 역점 사업으로 진출했던 에스엠(SM)면세점도 서울시내점에 이어 인천공항 입·출국장 모두 방을 빼며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15년 동안 유지해왔던 본사도 처분했다. 하나투어는 전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빌딩' 보유 지분 절반을 940억원에 시티코어 디엠씨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코로나 이전 882억원에 사들였던 서울 중구 '티마크호텔 명동' 건물 등 호텔 부동산에 대해서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OTA 바라본다…플랫폼화 가속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내 하나투어를 비롯한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익스피디아·부킹닷컴·트립닷컴과 같은 '트래블 테크' 기반 OTA(온라인여행사)를 지향하는 것이다. 기존 1200여개에 달했던 오프라인 대리점이 현재 800여개로 급감하고,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6월부터 무급휴직을 진행해온 하나투어는 이달 들어 '조직 효율화' 명목으로 콜센터·영업 등 각 부문 직원들과 희망퇴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 내부에선 이번 희망퇴직 규모는 전체 직원(약 2300명)의 절반인 1000여명 수준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 패키지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지만 IT 인력 중심의 OTA를 지향한다면 현재 인력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패키지 여행사업이 저물어가면서 신성장동력으로 플랫폼 사업에 투자를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이 작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지금 같은 사업형태나 규모를 유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