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북구청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27일 오후 광주 북구 오치동 신천지 베드로지성전(광주교회) 출입문에 시설 폐쇄를 알리는 행정처분서를 붙이고 있다.2020.2.2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3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1년 동안 광주에서 발생한 개신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626명이다.
광주의 4차 대유행은 지난해 2월 신천지발 1차, 7월 방문판매 관련 금양오피스텔발 2차, 8월 도심집회발 3차, 11월 룸소주방·전남대병원발 4차 등으로 분류된다.
1차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발 유행에서는 대구 신천지 교회를 다녀온 교인들을 중심으로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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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대구 신천지교회를 다녀온 교인들을 빠르게 찾아내면서 9명에서 감염 확산이 멈췄지만, 당시 전국에 지파를 둔 신천지 측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고 교인 명단 제출을 미루는 등 방역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월2일 오전 광주 남구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양림교회에서 방역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2020.3.2/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2차 대유행은 대전 방문판매업체에서 감염이 확산했지만, 사랑의교회와 일곡중앙교회가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찬송가를 불렀고 밀폐된 지하 1층에서 함께 취사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확진된 교인 중 CCC아가페실버센터와 한울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이 있어 고위험군 확진자가 대폭 증가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교회에서 시작한 요양병원발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또 다른 교회에서 감염자가 나오자 국민들은 다시 한번 탄식했다.
교인 1500명 규모의 중대형교회인 일곡중앙교회에서 방문판매 관련 전북 확진자가 예배를 본 후 감염이 확산했다. 당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이 광주에서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교회에 대한 거부감으로 번져갔다.
일부 교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질 때 반감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서울 도심집회 관련 사랑제일교회발 감염이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교인들이 서울로 향했고 수천명이 광화문에 밀집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교회 측이 정부의 강제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방역수칙도 어긴 데 이어 집회 참석자들이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 지역감염을 빠르게 확산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하고 숨어버리기도 했다.
광주에서도 도심집회를 다녀온 성림침례교회 교인의 확진으로 말바우시장, 상무지구 유흥업소 등으로 감염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10일 오후 광주 일곡중앙교회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식선별진료소에서 자가격리 중인 교인과 가족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교회발 확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집합제한·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타지역에서 2500여명의 교인들이 경북 상주로 모여들었다. 앞선 교회발 확진 사례와 유사하게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각 지역으로 돌아가 감염을 확산했다. 바로 인터콥선교회 소속 BTJ열방센터발 감염이다.
광주에서는 최초 이들이 타지역 방문 사실을 숨기면서 BTJ열방센터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방역당국이 감염원 추적에 애를 먹는 사이 관련 확진자는 67명으로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80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상주에 간 적이 없다던 선교사는 해외 선교를 위해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가 확진됐고 BTJ열방센터를 간 적이 없다던 또 다른 교인도 GPS추적 결과 방문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교회와 실랑이를 벌이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이번에는 한 집단에서 100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또 개신교였다.
IM선교회 소속 비인가 교육시설인 에이스TCS국제학교, 광주TCS국제학교발 감염이 안디옥교회로 확산했고, 안디옥교회에서 또 다시 꿈이있는교회로 일파만파 확산이 번지고 있다. 비인가 교육시설과 안디옥교회 관련 확진자만 286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의 이단이나 일부 교회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 일련의 사태들을 겪으며 '결국 또 교회냐'며 개신교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달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가 교회와 교회 관련 시설들이 잇달아 코로나19 감염 진원지가 된 것에 사과하고 한국교회에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는 "불교나 천주교의 경우 중앙집권적이고 통제나 관리·감독이 용이한 반면 개신교는 수백개의 교파와 교단으로 나뉘다 보니 교회가 통일된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고 일부 교회들의 일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주에서 다른 종교들의 감염은 매우 소규모였다. 불교 관련은 광륵사 8명, 관음사 6명 등 14명이었고 천주교 관련 감염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광주 북구 공무원들이 구청직장어린이집에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광주TCS국제학교발 감염이 확산하자 광주시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긴급휴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광주북구 제공)2021.1.28/뉴스1 © News1
이와 더불어 일부 교회들이 방역당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 방역수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 화를 키웠다.
탁 교수는 "방역에 대한 개신교의 입장이 국민의 안전보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진 경향이 있다"며 "극단적인 정치적 프레임으로 덮인 일부 교회들의 '탈정치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안디옥교회의 경우 지난 8월 당국의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것이 적발됐을 때 "종교 탄압"이라며 당국의 단속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교회는 예배 중 현 정부에 부정적인 정치적 발언을 자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탁지일 교수는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 지금 그들의 모습이 이웃 사랑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일부 교회들의 일탈을 반성하고 이를 개신교의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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