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새투자자·지속가능 사업계획 없인 쌍용차 P플랜 어렵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1.02.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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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HAAH 측 자금지원 요구엔 "HAAH측 사업계획 포함된 회생계획안이 먼저"

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은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쌍용자동차가 추진 중인 P플랜(사전 회생계획 제도·Pre-packaged Plan)의 선제조건을 거듭 밝혔다. 새 투자자의 투자 결정과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의 P플랜 진행을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사전협의가 필수”라며 “쌍용차가 구체적인 P플랜 관련 사업계획 또는 회생계획안을 준비중이나 잠재적 투자자는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출국했다”고 말했다.



이어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산은이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향후 쌍용차와 잠재적 투자자가 협의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면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집행 이행, 쌍용차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에 대한 확인 후 P플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플랜은 법정관리 개시 전 채무자가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결의해 인가해주는 법정관리의 한 방식이다. 미리 회생 계획안을 마련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식보다 회생에 걸리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쌍용차의 새 투자자로 거론되는 HAAH오토모티브(이하 HAAH)는 산은에 약 2500억원 규모의 쌍용차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요구 중이다. HAAH의 신규 투자 자금은 신차 개발 등 쌍용차의 미래 전략을 위해 사용하고, 당장의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산은은 쌍용차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여부는 쌍용차와 HAAH 측이 마련할 회생계획안을 본 뒤 사업성을 평가해 정할 문제라고 본다. 최근 10년 간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서다. 산은이 쌍용차에 줄기차게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요구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안영규 기업금융부문장은 “잠재적 투자자 측이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잠재적 투자자 측이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단이 사업계획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영규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이 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은안영규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이 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은
산은은 쌍용차가 법정관리 혹은 파산 시 산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단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쌍용차 부실화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GM 등을 지원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GM은 대주주인 미 GM 본사로부터 64억 달러 지원과 신차 배정을 약속받는 등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확보함에 따라 2대주주인 산은이 7억5000만달러를 지원한 것”이라며 “반면 쌍용차는 자체경쟁력이 열위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책임 있는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고, 잠재적투자자 또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라 산은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다만 산은은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 방침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협력업체가 아니라 기간산업 협력업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운영 중인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과 ‘주력산업 협력업체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다.

한편 산은은 최근 매각설이 제기된 HMM(옛 현대상선)에 대해선 “검토한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선임부행장은 “HMM 매각은 경영정상화 달성에 대한 판단과 국내 해운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문제는 노사가 결정할 사안으로 채권단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산은의 반대로 김 지도위원의 복직이 막혀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채권단으로서 노력은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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