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돈이다…장수펀드 수익, 1254% '대박'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1.02.0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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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돈이다…장수펀드 수익, 1254% '대박'


"존버는 승리한다"

최근 강세장 속 박스권에 갇혔던 종목들까지 주가가 뛰자 투자자들 사이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이 말이 펀드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년 된 펀드들이 1000%를 웃도는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국내 액티브주식형펀드 중 설정 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은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펀드다. 이 펀드는 2001년 2월15일 설정돼 전날 기준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이 1254.35%에 달한다.



만약 펀드에 1000만원을 넣고 잊어버린 채 지금까지 뒀다면 현재 1억3500만원이 됐다는 얘기다. 코스피 지수가 2001년 1월말부터 2021년 1월말까지 20년간 617.91포인트(수정주가 기준)에서 2976.21포인트로 약 5배 오른 것과 비교하면 펀드가 시장을 넘어서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2001년 최저시급(1865원) 대비 올해 최저시급(8720원)은 약 6배 늘었다.
시간이 돈이다…장수펀드 수익, 1254% '대박'
미래에셋인디펜던스와 더불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펀드도 같은 해 7월7일 설정돼 전날까지 누적수익률이 1161.15%다.



이 두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성공 신화를 만든 간판 펀드들이다. 2007년 펀드 붐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에 미래에셋자산운용에만 20조원 넘게 자금이 유입되는 계기가 됐다.

두 펀드에 가입하려 증권사 지점과 은행에 투자자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두 펀드 모두 수조원대 덩치를 자랑했다.

1000%대 수익을 자랑하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에 펀드 돌풍을 일으켰던 '바이코리아' 펀드도 마찬가지다.


이 펀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대(對) 국민 금모으기 운동의 금융투자업계 버전이다. '한국을 사자'라는 구호를 앞세워 애국심에 호소해 외환위기로 급락한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를 이끌었다.

전설적인 펀드답게 수익률도 '명불허전'이다. 1999년 3월6일 설정된 '바이코리아' 펀드는 현재 한화자산운용으로 옮겨가 '한화코리아레전드증권펀드'로 이름을 바꾼 상태다. 전날 기준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993.39%다. 이날 상승장이 반영되면 누적 수익률 1000%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코리아펀드 CF 광고 캡처바이코리아펀드 CF 광고 캡처
다만 이들 펀드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을 겪으면서 증시와 함께 출렁이고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지속 빠져나가는 탓에 현재 설정액은 1000억원 미만에 그친다. 과거 설정액 1조원을 가뿐히 넘어 '공룡펀드'로 불렸던 시절이 무색하다.

이들은 현재 펀드 내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를 약 25% 비중으로 담고 있고 현대차 (252,500원 ▲3,000 +1.20%), 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 LG화학 (381,500원 ▲9,500 +2.55%)도 공통적으로 5% 가량 담았다. 과거부터 시가총액 상위주에 투자해온 덕에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률이 1000%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2001년 3월 설정된 마이다스액티브가치증권펀드도 누적 수익률이 874.39%에 달했다. 이외 우리중소형고배당주펀드는 2005년 3월 설정 후 730.72%를, KB그로스포커스증권자펀드는 2002년 11월 설정 후 695.80%라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자산가격이 다 높아지면서 증시가 2012년부터 8년간 이어진 박스권에서 벗어났다"며 "만약 펀드가 한창 붐이었던 시절에 투자해 지금까지 뒀다면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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